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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Mar 16. 2017

작가 인터뷰 17 - 가끔은 프로복서,황진규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전 세계 사람 대부분이 한 번쯤 들어본 위 명언은 철학자 스피노자가 남긴 말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언들을 통해 스피노자를 알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출판을 돕는 일이라면, 늘 설레는 브런치는 '나는 내 책을 오직 진리 앞에만 바치겠습니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이 와 닿았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준비하는 그 과정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 보였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을 우리들의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없을까요? 신도림 스피노자 황진규 작가님 만나면, 철학이 가까워집니다.






#01

(가끔은) 프로복서이면서, 글 쓰는 작가


“당신은 정체가 뭐요?”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끔 제가 받는 질문입니다. 이해도 돼요. 저는 한때 나름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가, 지금은 글쟁이이자, 철학자이고, 가끔은 프로복서이기도 하니까요. 


시합중인 황진규 작가


저는 세상 사람들이 규격화해놓은 삶에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들어맞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굳이 제 소개를 하자면, ‘생겨먹은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인생을 마음껏 ‘잡스럽게’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쯤으로 해두죠.




#02

신도림 스피노자


제게 철학은 삶이에요. 철학을 학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제게 철학은 ‘앎’이라기보다 ‘삶’에 가까워요. 철학을 통해 ‘앎’을 얻는 이유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죠. 철학은 ‘아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란 게 저의 철학이에요. 


제가 ‘신도림 스피노자’인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는 철학자가 스피노자예요. 하지만 그 철학자를 책에 나오는 현학적인 사람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신도림’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느끼고 싶었어요. 스피노자는 암스테르담에서 살다 죽었지만, 저는 신도림에 지금 살고 있으니, 제가 신도림 스피노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삶’에서 철학‘하기’를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03

철학은 우리들의 삶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철학을 ‘앎’의 영역에서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일 거예요. ‘뭔가 알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철학은 골치 아픈 학문으로 전락하곤 하는 것 같아요. 철학은 삶이에요. 일상적인, 때로는 세속적이기까지 한 우리네 삶의 문제를 다루는 도구로 철학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탁월했던 철학자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삶의 문제에 집중했던 사람들이에요.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학자의 일기장을 엿본다는 심정으로 그들의 텍스트를 읽어나간다면 철학보다 재미있고 유용한 것도 없을 거예요.



이번에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연애의 철학’도 같은 맥락이에요. 연애라는 일상적인 문제를 철학을 이용해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늘 흔들리고 불안한 삶에서 철학은 굳건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되어 줄 거예요. 그렇게 철학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04

고민이 맞닿은, 작가의 책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기보다, 지금 현재 자신의 고민에 맞닿아 있는 책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당당한 신입사원의 7가지 습관’이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직장, 회사에 치여서 삶이 힘들다면, ‘저 오늘 회사 그만둡니다!’ ‘사표 사용설명서’ ‘고민타파 FAQ'를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과 돈에 관해서 다시 고민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고통 말고 보통’을, 철학을 삶에서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처음 철학하는 사람을 위한 아는 척 매뉴얼’을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격투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우리는 모두 파이터다!’를 추천합니다. 




#05

철학 흥신소에서 만나요


흔히 독서가 저자와의 대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 말을 온전히 믿지 않는 편입니다. 대화는 쌍방향이어야 하는데, 독서는 저자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독자는 그것을 듣기만 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저자로서 강의나 수업을 되도록 많이 진행하려는 이유는 독자와 진짜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 수업을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일방적 수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가급적 많은 대화를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려고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직장과 일에 관련된 수업, 철학에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철학 흥신소’라는 공간에서 철학, 과학, 격투기, 고민상담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06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책임지세요!


직장과 일에 관한 수업할 때였어요. 어떤 분이 질문을 주셨어요. “언제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요?” “행복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직장 때문에 불행 졌다면 이제 그만둘 때예요”라고 정직하게 답해드렸지요. 몇 달 뒤였을 거예요. 갑자기 연락이 와서, “선생님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책임지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웃으면서 “제 인생도 책임을 못 지고 있는데, 누구 인생을 책임지겠어요.”라고 말하곤, “대신 제 수업을 무료로 듣게 해드릴게요. 할 일도 없을 텐데 공부하러 오세요”라고 말해주었지요. 그 뒤로 그분과 함께 공부하면서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07

발가벗고 글을 쓰는 용기

 

글을 쓸 때, 발가벗고 썼으면 좋겠어요. 있어 보이는 척, 고상 척, 많이 아는 척, 멋있는 척하면서 글쓰기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글쓰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쓰면 글을 잘쓸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는 글쓰기는 테크닉을 떠나 훌륭한 글이에요. 훌륭한 글은 언제나 사람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니까요.


좋은 글쓰기는 ‘훈련’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일 거예요. 자신의 내보일 용기가 없는 이가 하는 글쓰기 훈련은 의미가 없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저 내달리는 일과 같아요. 글쓰기를 추천한다면, 자신의 내밀한 콤플렉스, 트라우마에 관한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그 정도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테크닉은 곧 생길 거예요. 




#08

연애에도 철학이 있다


‘연애의 철학’이란 글을 연재할 거예요. 진짜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해주는 글을 연재할 거예요. 사랑과 연애에 관한 철학을 엿보고 싶은 분들은 기대하세요. 아픈 만큼 재미있고, 재미있는 만큼 아플 거예요. 사랑은 그런 것이고, 철학은 그런 것처럼요. ‘연애의 철학’으로 다시 돌아올 게요.




#09

우리, 더 잡스럽게 살아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 다들 힘든 세상입니다. 때로 이건 희망이 되곤 합니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든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라는 오기가 발동하기도 하니까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 사정과 여건이 허락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잡스럽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건투를 빕니다. 브런치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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