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아줌마 요원

피리 부는 능력

by 수현씨

피리 부는 아줌마 요원 ( 발견 난이도 : ★☆☆☆☆ )


이 요원이 있는 곳 근처엔 아이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듦. 키즈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놀이터에서 꿀단지에 모이는 개미떼처럼 아이들이 들러붙음.


이 요원이 가진 능력은 ‘잘 노는’ 것임. 키즈카페에서 혼자 온갖 역할놀이를 다 해내는 능력 탑재. 장난감 자동차로 8차 고속도로 달리는 할리 오토바이처럼 내기 가능. 음식 모형을 앞에 두고 먹방 유튜브처럼 구체적인 식감과 맛에 대해 썰 풀기 가능. 그림책 한 권으로 즉석에서 1시간짜리 구연동화 가능. 놀이터에서 어린이에게 허벅지 근육 생길 때까지 시소를 태워주는 체력, 미끄럼틀을 연속으로 백 번 밀어줄 수 있는 인내심, 모래로 붕어빵 천 개 구워내는 베이킹 능력까지 소지함.


이 요원의 특징은 본인이 정말 재밌어서 한다는 것임. 역할 놀이 백번, 모래성 쌓기 백 시간을 지겨움 없이 해냄.


어린이 문화에 대해 연령대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어떤 아이들과도 티키타카 가능. 어린이 스몰-톡의 달인. 아무리 낯을 많이 가리는 어린이라도 이 요원 앞에서는 무장해제되어 어젯밤 엄마 아빠 부부싸움의 원인까지 낱낱이 말해버리게 됨. 이 요원을 만난 모든 어린이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때로 요원 앞에 긴 줄이 늘어서게 됨(자동으로 줄을 관리하는 측근(?) 어린이까지 생겨날 때도 있음). 이른바 놀이터 핵-인싸.


아무 놀잇감이 없는 상황에서도 즉석에서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어, 한 번 이 요원을 만난 어린이는 해당 요원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함. 놀이터에서 이 요원이 집에 돌아가려고 하면 한바탕 울음바다가 터짐. 모든 어린이가 이 요원을 따라가고 싶어 하기에 요원의 별명은 00동 피리 부는 아줌마임.


이 요원은 후천적으로 자격을 획득하긴 어려움.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피리를 탑재하고 있는 사람만이 요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음. 어린 시절부터 00 놀이터 언니로 유명했던 사람이 많음. 가끔 30대를 넘어서면서 피리 능력이 뒤늦게 터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 모든 것은 사실 원래부터 유전 정보에 새겨졌던 것임.


어떤 어린이와도 어려움 없이 대화하고 있다면 당신 몸속엔 당신도 모르는 무지개 피리가 삘릴리 삘릴리 소리를 내고 있는 건지도 모름.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망동 피리 부는 아줌마 떴다’하고 아이들이 달려 나오고 있을지도.

그림: 최지예 작가 (https://brunch.co.kr/@gogokoala)


매거진의 이전글세 번째 아줌마 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