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뿌리가 뻐근하다. 침이 차오른다. 달콤한 것-주로 투썸의 티라미수 케이크-을 위에서 찍은 듯한 영상이, 때로 다각도로, 꼭 영화관에서 영사기를 튼 것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간다.
월경이 시작할 때면 언제나 그랬다. 생리,라고 썼다가 월경이라 고쳐 쓴다. 이런 일들은 늘 내 마음을 날카롭게 만든다.
월경이 가까워오면 집 안에 있는 온갖 얼룩들이 돋을새김으로 보인다. 무심히 지나쳤던 싱크대의 물기, 그릇장의 지문, 욕실 타일의 점 같은 곰팡이들이 눈을 찌르는 듯하다. 아이 등원 시간에 쫓기는 아침에도,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도 나는 싱크대 상부장을 닦고 있었다. 극세사 행주로 몇 번을 문질러도 아마도 내 것이나 배우자의 것일 지문은 새겨진 것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짜증이 일었다. 그러곤 깨달았다.
아, 월경이 다가오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냉장고를 열고 칸칸이 흐른 무엇인지 모를 반찬 국물과 문의 손자국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내가 멀리서 본다.
쉴새없이 들썩이는 내 등을 내가 본다.
나는 그동안 모아 둔 꼬마 약병을 모조리 쓸어 버린다. 어린이가 병원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받아온 거였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인다고 깨끗이 씻어 보관했던 것들이 서른 개, 마흔 개를 넘었고 오늘 아침엔 그 물성을 견딜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 흩어진 투명한 주둥이 부분과 분홍색 뚜껑과 뿌옇게 색이 바랜 몸통을 쓸어 쓰레기봉투에 처넣었다. 어수선했던 서랍에 공간이 생기자 신경질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루종일 강한 햇빛이 쏟아졌다. 폭염주의보가 시간마다 울렸다. 폭염특보 발효중 △당분간 무더운 날씨 예상 △충분한 휴식과 물 섭취 △더운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외출 시 양산, 모자 등 챙겨 온열질환을 예방하세요. 안전안내문자를 한참 읽었다. 이러다가도 밤이 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 것이었다. 어젯밤엔 추워서 선풍기를 끄고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었다.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것도 월경 전 증상 중 하나다. 내 몸의 모든 지표가 월경이 곧 시작할 것임을 알리고 있다. 1~2일 내에 생리가 시작됩니다. 갤럭시 워치에서 알림이 왔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하지만 영영 뭔가를 시작하지 않을 것만 같은, 건조한 팬티와 질 내부를 떠올린다. 이러다가 갑자기 왈칵 피가 쏟아질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을 기다리기로 한다. 욕조 틈에 솔을 밀어 넣어 물때를 닦아내면서. 걸레에 손소독제를 짜 힘주어 밀면서.
아마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