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대로 싸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말싸움을 시작하면 처음엔 논리적인 이유를 들이대는 듯하다가 갑자기 서로를 비난하며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서로 감정의 골이 생기고 사과 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상대의 견해에 반박해야 하는데 왜 상대 자체를 문제 삼는 걸까? "네가 이러니까 안되는 거야, 너는 항상 왜 그러냐?" 결국 모든 게 너의 탓으로 귀결된다. 그래야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상대방 탓을 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상대방의 결점을 찾으려 하게 되고 나중에는 '역시'라는 선입견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그럴수록 나의 잘못은 감추어져 버린다.
그럼 어떻게 싸워야 제대로 싸우는 걸까? 먼저 싸우게 된 원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서운하게 한 것이 진짜 상대의 잘못인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보편적 감정인지, 아님 나의 상황에 따른 감정인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상대가 그렇게 하게 된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한다. 상대는 그게 나를 서운하게 하는 행동인 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운하다면 그것을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대신, 네가 주어가 되어선 안 되고 내가 주어가 되어야 한다. '나 전달법'이라는 대화 방법을 활용하여 "네가 늦어서 나는 화가 나"와 같이 상대의 어떤 행동 또는 말로 인해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비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솔직히 싸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을 적용하긴 힘들다. 알면서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또다시 상대방 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싸우고 난 이후라도 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돌아보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제라도 상대에게 사과와 함께 내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감정이 얽힌 대화는 참 어렵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무던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항상 인지하고 내 행동을 돌아보고 화가 난다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굳이 대화하는데 연습까지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