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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03. 2024

17. 제대로 싸우는 법을 모른다

우리는 제대로 싸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말싸움을 시작하면 처음엔 논리적인 이유를 들이대는 듯하다가 갑자기 서로를 비난하며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서로 감정의 골이 생기고 사과 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상대의 견해에 반박해야 하는데 왜 상대 자체를 문제 삼는 걸까? "네가 이러니까 안되는 거야, 너는 항상 왜 그러냐?" 결국 모든 게 너의 탓으로 귀결된다. 그래야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상대방 탓을 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상대방의 결점을 찾으려 하게 되고 나중에는 '역시'라는 선입견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그럴수록 나의 잘못은 감추어져 버린다.

 

그럼 어떻게 싸워야 제대로 싸우는 걸까? 먼저 싸우게 된 원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서운하게 한 것이 진짜 상대의 잘못인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보편적 감정인지, 아님 나의 상황에 따른 감정인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상대가 그렇게 하게 된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한다. 상대는 그게 나를 서운하게 하는 행동인 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운하다면 그것을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대신, 네가 주어가 되어선 안 되고 내가 주어가 되어야 한다. '나 전달법'이라는 대화 방법을 활용하여 "네가 늦어서 나는 화가 나"와 같이 상대의 어떤 행동 또는 말로 인해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비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솔직히 싸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을 적용하긴 힘들다. 알면서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또다시 상대방 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싸우고 난 이후라도 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돌아보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제라도 상대에게 사과와 함께 내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감정이 얽힌 대화는 참 어렵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무던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항상 인지하고 내 행동을 돌아보고 화가 난다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굳이 대화하는데 연습까지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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