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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새로운 동료강사 출사표

by 오박사

경찰청 동료강사 제도라는 것이 있다. 동료 경찰관을 강사로 선발하여 동료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2013년 동료강사로 선발되어 12년을 열심히 활동했다. 그런데 2024년도에 동료강사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기존 동료강사 자격을 모두 박탈하고 각 기능별로 강사를 새로 선발한다고 했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온 동료들과 나는 배신감과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님 다수가 자신들이 내쳐진 것 같은 배신감에 더 이상 동료강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강의하는 것 자체가 좋아 다시 동료강사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청문감사 기능에서 선발하는 인권강사에 지원했다.


다른 기능 강사에 비해 인권강사는 선발기준이 까다로웠다. 2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마지막 날 10분의 발표로 평가를 받아야 했다. 평가에 통과하지 못하면 강사자격을 받을 수 없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의욕이 솟구쳤다. '나를 증명해 주리라'는 마음을 불태우며 교육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렸다.


경남청 인권교육 담당자가 성과평가에 포함되니 나에게 꼭 합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3등 안에 들게요'라며 큰소리쳤다. 마음속으론 1등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해서 3등이라고 했다.

인권강사 선발교육은 사전 과제가 있었다.


교육 첫날 발표할 강의안과 인권을 주제로 한 글을 써서 제출하는 거였다. 첫날부터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강의안을 만들었다. 평소 인권강의를 많이 해봤기에 강의안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강의안이 마음에 들었다. 빨리 가서 발표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빨리 알리고 싶었다. 12년을 강의하면서 강의평가가 꽤 좋은 편이었기에 자신감 가득했고, 평가하는 이들까지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니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출사표를 던진 전사처럼 의지를 불태우며 아산 인재개발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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