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는 여러 종류의 독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독은 몸이 아니라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나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 “내가 최고야.” “나는 틀린 적이 없어.” 이와 같은 과도한 자기 확신은 처음엔 자신감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나를 좀먹는 독이 된다. 이 독은 무색무취다. 손으로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서서히 생각을 잠식하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뒤에는 스스로 중독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 독에 중독된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귀는 닫히고, 눈은 상대를 보지 않으며, 입만 열려 있다.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선언이 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곧 틀린 의견이 되고, 반대는 곧 공격으로 인식된다.
이 독은 감정까지 장악한다. 타인을 상처 입혀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조금이라도 비판받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무너뜨려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독이 권력과 만나면 증폭된다는 점이다. 권력은 이 독이 가장 좋아하는 양분이다. 칭송과 아첨은 독성을 더욱 짙게 만든다. 자신을 비판하지 않는 환경, 반대 의견이 차단된 구조 속에서 독은 통제력을 잃는다. 그 결과는 종종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이 독의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독’이 들어간다. 독선, 독단, 독재, 독설…. 모두 타인을 배제하고 스스로를 절대화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다행히도 사회는 오래전부터 이 독에 맞서는 방법을 만들어왔다. 한 사람에게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고, 서로 견제하게 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도록 하는 제도와 장치들이다. 이 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계다. 이 독은 누구에게나 스며들 수 있다. 작은 성공과 인정, 익숙한 칭찬 속에서 서서히 자라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혹시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가. 나는 정말로 타인의 말을 듣고 있는가.
머릿속의 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독은 힘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