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피싱 수법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의 영역처럼 보였던 범죄가 이제는 생성형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변했다. 최근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성년 자녀 납치를 가장한 보이스피싱이다.
이 수법의 가장 큰 특징은 범죄자들이 자녀의 학교, 나이, 이름은 물론 학부모의 이름과 연락처, 심지어 등·하교나 학원 이동 시간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AI로 조작한 자녀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한다. 요구 금액은 대부분 100만 원이 넘지 않는 소액으로, 짧은 시간 안에 범죄를 완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 수법을 살펴보자.
한 학부모에게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은 “00이 엄마시죠?”라고 말을 건넨 뒤, “야, 울지 말고 빨리 엄마한테 얘기해”라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려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이가 울먹이며 “아저씨가 나 때렸어”라고 말한다. 놀란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피싱범은 재빨리 말을 끊고 상황을 장악한다.
이들은 아이가 욕을 했거나 휴대전화 액정을 망가뜨렸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아이를 차에 태워 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술값이나 수리비 명목으로 약 50만 원가량의 돈을 요구한다. 금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 이유는, 그 이상을 이체할 경우 ‘지연 인출 제도’로 인해 30분 동안 돈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AI가 실제 자녀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변조해 들려주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부모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여유를 갖기 어렵다. 게다가 범죄자들은 당장 아이를 해칠 것처럼 위협하며 전화를 끊지 못하게 만들어 부모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렇다면 이런 전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자녀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납치를 주장하고 금전을 요구한다면 AI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이럴 경우 전화를 즉시 끊고, 자녀에게 직접 전화해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협박한다면, 이는 거의 확실한 피싱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보안 어플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들 어플에는 AI 변조 음성을 탐지하는 기능이 있어, 가짜 목소리일 경우 진동이나 경고음으로 알려준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 KT는 ‘후후’, SK텔레콤은 ‘에이닷’ 어플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녀 납치를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는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납치 사건이라 하더라도 빠른 신고가 아이를 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사실만 기억하고 있어도, 이러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속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