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럼 시작된 첫 여행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아주 작고 좁은 문. 얄팍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난 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35개국. 매번 결국 돌아와야 하는 왕복 티켓을 끊어놓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편도행의 마음으로 떠나곤 했던 여행.
지구 어느 넘어 다른 시차로 살고 있는 곳에는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세상사람 모두가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고 하는 같은 패턴과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곤 했다.
뭐야. 다른 게 하나 없잖아? 무언가 큰 해탈이라도 할 줄 알았으나 대단한 게 하나 없고 다들 그럭저럭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는 언어의 모양과 문화의 형태만 다를 뿐 어디서나 사람 사는 비슷한 삶이었다.
여행이 뭐 대단한 게 없잖아?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면서도 사실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배울 게 천지였다. 밥 하나를 놓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는 프랑스인들과 넉넉하게 차리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중국 어느 사람과. 밥은 정갈하고 단정하게 먹어야 한다는 일본 사람 등등. 같은 삶을 두고도 사물을 대하는 자세가 모두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의 다른 생각. 깨우침. 방향의 전환.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큰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간 여행을 다니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되 나와 같은 표정이 하나 없고 모두 다른 얼굴로 즐겁게 해피하게 웃고 사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기에 여행을 통해 내린 깨우침은 단 하나다.
삶은. 더 많이 웃는자. 지루하고 고된 생활 속에서도 시련을 극복해내고 일상을 웃음으로 사는 자가 승자라는 것을. 막상 떠나보면 별 거 없는 여행인데도 사실은 별 게 있다는 사실도 염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