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일몰이 좋아? 일출이 좋아?"
나는 먼저 일몰이 좋다고 대답했다. "나는 일몰이 좋아. 일몰이 질 때가 더 뜨겁고 아름다운 것 같아."
그러자 엄마는 대뜸 볼멘소리로 너는 젊은 애가 무슨 일몰을 좋아하냐고 핀잔을 주셨다.
"아들, 나는 지는 해야. 너는 뜨는 해고. 일몰은 엄마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거고 너는 일출을 좋아해야지. 에너지도 넘치고 뜨겁게 일어나는 일출! "
사실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편애하고 사랑하는 편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마지막 한해의 끝. 진짜 마지막 해를 보겠다고 12월 31일이면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났다. 매번 다른 나라에서 마지막 해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그 나라에서 노을을 보고 돌아오곤 했다.(그것도 8년씩이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어둠으로 들어가는 노을을 보면, 마치 고된 하루 속에서 퇴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찬란히 일어나는 일출보다 산란이며 지는 일몰의 풍광을 더욱더 사랑했다.
그래도 일출에는 남다른 에너지가 담겨 있다며 일몰보다 일출을 사랑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 있었다.
아들, 엄마는 지는 해야. 너는 뜨는 해고. 엄마는 지고 있지만 너는 떠올라라. 하는 말에 눈시울이 붉어져 그만 먹먹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일몰처럼 지고 있는 이유도 한 때는 해성처럼 이 세상에 나타났지만 그동안 나를 키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채 다 늙은 별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로 인해 나는 떠오르고 그녀는 가라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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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노을처럼 지고 있는 것이 맞다. 엄마는 예전의 태양처럼 에너지가 넘치지도 눈부시지도 않지만 어둠 속으로 져서 밤마다 오르는 달과 같다. 내가 어둠 속에 있을 때마다 나를 은은하게 곁에서 비추는 달.
한 때는 뜨겁게 나를 비추던 태양이었던 엄마는 이제 일몰처럼 져가고 있다. 그러나 다시 밤이면 달이 되어 자식을 비춘다. 엄마라는 존재는 어디서나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다.
나는 이제 일몰보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달이 제일 좋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