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질 감정의 이력서
1.
감정은 늘 간사하다.
한여름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여기다가도 7년간의 땅 속 생활.
약 2주간의 바깥 생활로 생을 마감하는 매미의 일생을 떠올리면 그 울음 소리를 듣다 측은해져 나마저도 슬퍼진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숨죽인 시간이 어떻게 살다가는 시간보다 길단 말인가.
우리는 뱃속에서 고작 280일을 견뎌 세상에 나올 뿐인데.
여름이 오면 매미의 울음에 짜증을 던지지 말자.
아니, 함부로 던져서는 안 된다.
2.
강남역 1번 출구 버스정류장 앞에서 쓰레기 통을 뒤지는 남자는 음료를 찾고 있었다.
우리가 쉽게 버린 테이크 아웃 잔을 하나씩 흔들어보이더니 양이 적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렸다.
쉬흔 쯤 넘었을까. 그의 몸에서는 절망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저 사람의 청춘은 어땠을까.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잔해처럼 파란만장했을 그의 청춘에 감히 다다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저런 모습을 자주 보면서도 나는 내 인생에 잦은 갈증을 느끼곤 한다.
인생은 끝내 자기 만족이지 비교가 아님을.
내가 아저씨보다 낫다고, 나는 아저씨보다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3.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그 사람은 나와 만날 수 없다.
끈이 없다면 이어지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깊이 빠져들 수 없는 건,
우리에겐 이을 만한 끈이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끈을 이으려고 하는 노력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쉽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끈을 잡고만 싶다.
요즘에는 더더욱.
4.
서른 부근의 어느 멋진 날.
20대에 하지 못했던 연애를 시작했고 비록 끝이 났지만
그 무렵 나는 내 삶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직장도 물론이와, 연애, 책을 내겠다는 다짐, 중독 같은 여행에서 남긴 추억과 이야기.
내 노력으로 이룬 성취같은 것이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결핍을 제외한 나머지의 날들은
여기저기 숨어 빛나기도 했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