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부근의 어느 멋진날들
어느날 우연히 엄마가 아빠를 만나고 우연히 나를 낳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십 대인 엄마는 여자에서 부모로 거듭 태어나며 나를 선물로 받았다.
나는 행운으로 태어나 눈 앞에서 나비가 날고 꽃들이 인사하고 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늘 해처럼 씩씩했고 당당했고 신이 났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쑥쑥커버린 콩나물처럼 머리가 커지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표정을 잃고 근심이 생기면서 슬픔에 자주 넘어졌다.
나비를 봐도 웃지 않았고 꽃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지 않았다.
시간과 주어진 생을 아이처럼 즐기지 못할 때 서글프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한 숨을 내뱉을 때가 여러번이었다.
무언가를 꼭 이뤄야만 좋은 삶이 완성되는 것만 같은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지금의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집에서 혼자 조용히 취하고 싶은 마음에 술을 먹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운아라는 것을 잃어버렸구나.
쓴 술 맛에 단 맛을 잃어버리듯 사회가 가두어 놓은 규칙 속에서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우연히 태어난 것을 잃어버렸구나.
손에 쥔 풍선과 사탕을 쥐고 마음껏 웃었던 어린 날의 행복을 모두다 잊어버렸구나.
엄마가 나를 보고 웃고, 내가 엄마를 보고 웃던 우연의 감격을 잊고 살았구나.
다시 생각한다. 나는 우연히 태어난 사건으로 세상에 태어난 행운아였음을.
즐기기로 한다. 아이처럼 언제나 나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