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그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동백꽃
ㅡ김기원
그래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시시한 사랑 백 번보다
그 자리에서 혼절할
단 한번의 사랑을 위해
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송두리째 떨어지는
당신
서른에 사랑다운 사랑이 다녀갔다. 서른이 올줄 몰랐 듯이 사랑도 올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내게도 사랑이 와 있었다.
나를 아껴주고 나를 누구보다 걱정해주던 사람이었다. 내가 많이 감사할 만큼.
나는 늘 그녀를 미안해했다.
그녀는 내 서른의 부근에서 함께 밥을 나눠먹고 시간을 나눠가지며 서른 곁에 머물러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왔다는 것보다 서른이 온 것에 나는 더 큰 의미를 두었음을 비겁하게 고백한다.
사랑의 화려함은 서른의 찬란함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어느날 나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폭로한 채 헤어졌다.
아주 이기적이었다.
꽃이 지고 사랑도 졌다.
서로에게 전부는 아니었어도 일부였던 사람.
내 기억속에서 그녀를 잊을 때 마다 서른은 그녀를 기억한다.
이제서야 지나온 서른을 기억하는 건 그녀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낸 서른에 누가 다녀갔는지 생각하다 사랑까지 생각하게 된 날.
내 서른을 나눠가진 사람.
어디서 꽃처럼 잘 지내고 있겠지.
슬픈 마음을 갖지 않기로 한다.
지나온 내 서른이 슬퍼질 수도 있으니까.
당신의 서른엔. . .
누가 다녀갈까. 누가 다녀갔을까.
우리는 타인과 함께 나눠가진 추억으로 나이를 기억한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