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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03. 2022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이태원 참사의 기록.

딸아 왜 전화 안 받니.

주우신 분 연락 좀 주시면 안 되나요.

너 지금 오디야. 왜 연락 안 받아.


그날 바닥에 수없이 널브러진

핸드폰에서 울렸다는 메시지들.


끝내 주인에게 전달되지도

답변도 하지 못한 채 끝난

156명의 침묵.


그날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나에게도 수없는 전화가 걸려왔으나

다른 일을 하고 있던 터.

전화를 받지 않는 내가 걱정됐다며

유독 늦은 밤에도 수없이 전화가 걸려왔지요.


뉴스를 접하고는 아찔했던 밤.


수십 통 찍힌 부재중 통화에

일일이 답변하며 아무 일 없음을 전하고

별일 없다는 내 안부에 안도하였을 테지만.


나는 당장 그곳에 없었기에 안도하여도

그곳의 나도 한 번쯤은 있었기에

도무지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계속해서 전화를 해대고


또한 어떤 연고도 없이 세상을 떠나

서럽고 외롭게 생을 마감했을 이도 있을 터.


이 밤에도 주인을 잃은 휴대폰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한 소설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여전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려도 받을 수 없는 넋들을 위무하며.


잊혀지지 않을 그날부터, 주인을 잃은 유실물로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을 핸드폰에서 오늘도 계속.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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