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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Jan 18. 2016

이 겨울, 홀로 선 당신에게

막차는 아직  끊기지 않았다

겨울입니다.


찬 바람은 거리에서,

마음의 한 가운데서 불어옵니다.


이 겨울,

고독과 절망에 몸부림치는 당신에게


한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직

 봄은 멀리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것은

나 자신을 아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당신을 위해,

당신의 봄을 위해,

마음의 아궁이를 지피는

장작 두 개를 보냅니다.


부족하겠지만

그걸로 오늘 밤은 나시지요.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김재진




실패가 나를 눕게 했을 때

번민과 절망이 내 인생을

부러진 참나무처럼 쓰러지게 했을 때

날마다 걸려오던 전화

하나씩 줄어들다 다 끊기고

더 이상 내 곁에

서 있기 힘들다며

아,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부터 돌아섰을 때

마음에 칼 하나 품고

길 위에 서라.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

이제는 어둡고 아무도

가는 사람 없는 길.

적막한 그 길에 혼자서

다시 가라.

돌아선 사람을 원망하는 어리석음

조용히 비워 버리고

가진 것 하나 없던

처음으로 돌아가라

마음의 분노 내려놓고 돌아보면

누구도 원망할 사람 없다.

원망은 스스로를 상처 내는

자해일 뿐

가진 것 없던 만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바다그림으로 유명한 아이바조프스키의  작품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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