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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Jan 31. 2016

'애플'의 사과는 누가 한입 먹었을까

- 베어먹은 사과 한 조각의 진실



스티브 잡스는 왜 회사의 이름을 '애플'로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회사의 로고는 왜 온전한 사과가 아니라, 누군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로 만들었을까요?


사과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일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유명한  여섯 개의 사과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과는 성경에서 선악과로 유명한 '아담과 이브의 사과'입니다.  뱀의 유혹을 받은 이브가 아담에게 사과를 먹게 해 낙원에서 쫓겨나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목에서  튀어나온 목젖을 '아담스 애플'이라고 부릅니다. '원죄의 사과'이자 인간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한 사과입니다.

    

파리스의 황금사과를 서로 가지려는 여신을 그린  명화


두 번째 사과는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사과'입니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황금사과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를 적어 연회석에 놓습니다. 그러자 그 사과를 차지하려고 3명의 여신이 다투게 됩니다.


3명의 여신은 제우스의 아내인 질투의 여신 헤라, 창과 칼로 무장한 전쟁의 여신 아테나, 그리고 음해를 일삼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는데 제우스는 이 사과를 파리스에게 주어 누구에게 줄 것인 지 심판을 맡기게 됩니다.


그러자 세 여신은 황금사과를 받으려고 헤라는 세계의 주권을 파리스에게 주겠다고 합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파리스에게 주겠다고 합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택해 황금사과를 주었고, 그 댓가로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스파르타 왕의 아내인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게 됩니다. 헬레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트로이는 멸망합니다. 그래서 '파리스의 사과'는 불화와 망신을 뜻하는 겁니다.

                                                                                                                                                                            


세 번째 사과는 '빌헬름 텔의 사과'입니다.


이 사과는 아들의 목숨을 건 사과입니다.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에 지배당하던 때, 빌헬름 텔은 악명높은 총독 게슬러에게 인사를 하지않아 잡히게 됩니다.  텔이 명사수인 것을 아는 총독은 아들 머리에 사과를 놓고화살로  맞히면 용서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는 화살을 쏴 사과를 명중시킵니다.


하지만 화살이 하나 더 있는  이유를 총독이 물으니, 만일 사과를 맞추지 못했을 경우 당신을  쏘려고 했다는 말에 화가 난 총독은 텔을 감옥에 가둡니다. 하지만 텔은 뜻을 굽히지 않고 탈출하여 스위스 독립을 이끈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빌헬름 텔의 사과'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거부한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 된 겁니다.


네 번째 사과는 만유인력을 발명한 '뉴턴의 사과'입니다. 뉴턴은 자연계의 여러 현상을  만유인력과 운동법칙을 적용하여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 자연의 움직임은 신의 소관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뉴턴의 이론과 물리학은 자연관과 세계관까지 바꾸었기에 뉴턴을 과학혁명의 선구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뉴턴의 사과'는 신본주의에서 인간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 결국 민주주의 씨앗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의 사과는 화가 '폴 세잔의 사과'를 말합니다.

                                                                                                                                                                                                                  


세잔은 당시 유행했던 인상파 기법을 넘어서서 명료하고도 강렬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사과를  선택했는데,   

뒤틀린 탁자 위에 놓인 세잔의 사과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상징이 되면서 미술의 역사를 바꾸어 놓게 됩니다.고정관념에  구속되지 않는 '인간의 상상력의 사과'인 겁니다.

여섯 번째 사과는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의 사과'입니다.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열면서 세상을 바꾼 사과입니다.


애플사의 로고, 비틀스, 영화 '매트릭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마그리트의 '사과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창조물이라는 겁니다.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사과

                                                                                                                                                                                                                                                                                           

마그리트의 사과 그림은 수많은 뮤지션들 뿐 아니라,  스티브 잡스까지 탐을 냈습니다. 이 그림을 서로 자기들의 로고로 쓰겠다고 해 소송까지 걸었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 멤버들과 함께 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마그리트의 초록색 사과 그림에 매료됩니다. 새로운 사업체의 로고로 이 사과가 적격이라 생각한 그는, 초록 사과에 회사 이름도 'The Apple  Corp'이라고 지어서 등록합니다.


이 회사의 로고를 본 스티브 잡스는  사과 로고에 강렬한 매력을 느껴 자신도 사과를 로고로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경하는 뮤지션 비틀스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그 로고를 사용한 겁니다.


그래서 애플사는 처음에는 뉴턴의 사과를, 그 이후에는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사과에 무지개색을 입혀 로고를 만들죠. 예술계에서는 한 작품에 영감을 얻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품이 어느 정도 용납된다지만,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렇게 하기 어렵죠.  


그래서 비틀스는 사과 로고를 사용하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를 고소하게 됩니다. 소송중 애플이 비틀스에게 음악산업에는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배상금 주어 일단락되지만,  그후 소송이 다시 시작되어 1978년부터 무려 30년 동안 계속된 이 로고 소송은 2007년에 가서야 결론이 났습니다.  법정은 마침내  애플사의 편을 들어주게 됩니다. 비틀스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애플사는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태양같은 회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사 로고의 변화


애플사의 사과 로고는 계속 변경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만유인력을 발견하는 것을 로고로, 다음에는 한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로, 그 다음에는  검은 색의 사과로  바뀌게 됩니다.  


애플사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개인용 컴퓨터는 뉴턴의 만유인력에 버금가는 대발견이자 발명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알리는 서곡을 의미하죠.   세계 최초라는 '창의성'를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 다음에 만들어진 '무지개 사과'는 PC를 통한 다양성과 창의성, 수많은 지식, 인류의 무지개 빛 미래를 의미합니다. 잡스를 쫓아낸 애플은 애플사에 드리운 잡스의 영향력과 그림자를  없애려고 사과를 블랙으로 만드는데, 이때가 바로 '애플의 암흑기'입니다.


이 베어 먹은 사과를 보고 '백설공주'가 한 입 먹은 사과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 모습의 사과 뒤에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튜링'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과 탱크부대에 연합국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습니다.그 힘은  독일이  '암호생성기'라는 기계를 통해 명령을 암호로 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튜링은 마침내 암호해독기를 개발해 독일군의 공격을 미리 알아낼 뿐 아니라, 그걸 이용해 역정보를 흘려 연합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그래서 "영국이 2차 대전에서 승리한 건 처칠과 튜링의 덕분"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튜링은  1943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콜로서스 colossus'를 만듭니다. 하지만 영국은 튜링의 존재를 1970년대 후반까지 국가비밀로 했기에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전쟁이 끝난 후,  튜링이 동성애자로  밝혀지자 그는 영웅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되어 끔찍한 말년을 보내게 됩니다. '매카시 광풍'은 그를 더 목조이게 합니다. 법원은 튜링에게 '동성애'라는 질병을 고치기 위해 10년 징역형이나 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튜링은 성 호르몬 주사를 선택했고, 그 결과 발기불능, 유방의 발달, 중추신경 손상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주면서  이 주사는 결국 튜링의 육체와 영혼을 철저히 파멸시키게 됩니다.


튜링이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지키며 자신의 의지로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죽음, 자살밖에 없었습니다. 1954년 6월 7일, 튜링은 청산가리를 주입한 '독사과'를 한입 베어 먹고 목숨을 끊습니다.


동화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베어 먹고 죽은 것이죠.  이렇게 한 이유는 보수적인 영국사회에 대해 죽음을 통한 저항이었습니다. 튜링은 유서에 이렇게 씁니다.


"사회가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여성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튜링은 죽은 후 20년 뒤, 컴퓨터 시대가 오면서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시대의 천재적 컴퓨터 상상가인 스티브 잡스는 인류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면서 그 이름을 '애플   

apple'이라고 명명합니다.


로고 역시 튜링이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모양입니다.


애플사의  사과 로고의 모양과 색깔의 변천



애플의 로고는 튜링의 영감, 상상력, 자유로운 영혼이 녹아있는 겁니다. 어떤이는 무지개 사과 로고를 튜링의 동성애를 표현한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ACM(컴퓨터 산업 협회)은 컴퓨터를 탄생시킨 튜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튜링상'을 수여하는데  상금 10만 달러가 수여되는 이 상은 '컴퓨터계의 노벨상'으로 불립니다.                                                                                                                                                                                                                   

튜링과 한 입 베어진 독사과

                                                                                                                                                                                                                                                                                                                                  

영국은 튜링이 죽은 지 59년 만인 2013년 12월이 되어서야 엘리자베스 2세에 의해 사면됩니다.

튜링은 죽었지만, 그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는 튜링이 죽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진실의 소리'로 남았고, 그 정신은  애플의 로고로 살아서 숨 쉬고 있습니다.


한입 베어 먹은 사과, 그 작은 사과는 인간의 자유의지이자, 튜링이 시대와 사람들에게 말했던 '가둘 수 없는 진실'입니다.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고 스스로 비존재(죽음)를 선택하는 패러독스죠.


잡스는 자기가 만든 컴퓨터의 이름을 '매킨토시'라 했습니다.

사과는 전 세계에  7천5백 종이 되는데 매킨토시는 사과의 한 종류입니다.

                                                                                                                                                                                                                

애플의 전설을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

                                     

 차가운 기계에 성능이나 우수한 기능을 표시하지 않고 과일의 따뜻한 이미지를 입힌 잡스-

그는 인간과 기계의 융화를 말하고 싶은 것이죠. 차가운 지성에 인간적 감성을 불어넣은 것처럼 말이죠. 이것만 보아도 그의 천재성과 시대를 앞선 통찰을 볼 수 있는 겁니다.

 

 IBM과 잡스는 '애플의 로고'를 갖고 싸운 적도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면서 IBM의 아성까지 침범한 애플에 화가 난 IBM은 ‘한입 베어먹은 애플’ 로고를 갖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애플은 썩은 사과와 같다”.


이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답변은 정말 일품이었죠.


“ (애플 로고를 봐라!)  애플은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냈기 때문에 이제는 아주 깨끗하다”


이것은 일화에 불과하지만 IBM은 괜한 시비를 걸었다가 한방 맞은 셈이죠.  이 말은 잡스가 IBM을 향해 구태의연한 관료중심적 경영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방식을 채택하라는 충고에 가까운 일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애플로고와 잡스ⓒ nwaonline.com


애플의 사과 로고는 첨단으로 발전하는 차가운 컴퓨터에 인간의 온기, 즉 자유로운 영혼과 고독한 진실의 목소리를 한  튜링에 대한 존경을 담았기에,  우리는 애플의 로고를 보면서 시대를 초월하여 만난 튜링과 잡스라는 두 천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넘치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를 이끌고 가는 주체가  어떤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는 것은 결국은 사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과일이라는 사과- 베어먹은 사과  한 귀퉁이는 인류가 새롭게 도전할 미개척지이자,  과학이 추구해야할 부족한 2%인지도 모릅니다.


사과는 이처럼 인류에게 영감을 자극해 인간주의, 민주주의. 상상력, 자유를 주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사과나무로 희망을 표현한 한 철학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편지를 마칩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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