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웹툰 '아흔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민망하게도 홍보글입니다. 아흔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가 이지안 웹툰 작가님에 의해 리디북스에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에 오픈 되었는데, 이 홍보글 마저도 매우 뒷북이네요. 13화까지 나왔고 전회차 모두 무료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놀랍게도 책에 나온 내용이나 스토리, 인물설정이 실제와 매우 비슷하게 그려졌어요.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실제로 만나뵙고 미팅한적은 없지만, 작화 된 제 모습이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해서 살짝 놀라기도 했구요. 약간의 각색은 물론 있지만 책의 내용을 오롯이 담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확실히 그림으로 그려지다 보니 훨씬 생생하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이런게 또 만화의 매력인듯 합니다. 책보다는 훨씬 쉽게 저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할머니도 저도 너무 귀엽게 그려진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제 책을 보지 않은 분들이어도, 이 글을 처음 보신 분들이어도, 무료니까 한번쯤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제 이야기여서 그렇지만 또 나름 재밌답니다.
웹툰 소개
대학을 졸업하고 주5일 무급으로 일합니다
치매로 저물어가는 할머니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취업준비생 이재는 8년 만에 안성 고향집에 돌아왔다. 이재를 키워낸 것은 물론 평생 농사, 집안일, 여러 자식과 손주들 양육과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이재의 할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맞벌이 부모의 돌봄노동을 돕기 위해 스물넷 손녀는 취업을 잠시 미루고 할머니의 간병인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그 2년 동안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어리석은 환자가 아닌 나의 슈퍼우먼을 소개합니다
함께 돌아보고 새롭게 발견한 할머니의 인생, 그리고 여성의 인생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어내며 대가족을 노동으로 먹여 살리는 한편, 살림과 돌봄을 책임진 ‘슈퍼우먼’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못 배운 노인네’가 아니라 경험과 지혜로 수익을 창출해나간 유능한 농업인이었다. 이재는 그런 할머니의 면면을 함께 돌아보고, 이제까지 몰랐던 할머니의 인생과 생각을 새롭게 발견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고 단팥빵보다 마카롱을 더 좋아하며, 입만 열면 아들과 손자만 찾지만 내심 둘째 손녀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 과정 속에서 할머니처럼 '슈퍼우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윗세대 여성들의 삶을 긍정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돌봄 노동부터 장례까지, 지워진 여성의 노고와 존재
가부장제 속 작은 변화를 위한 질문과 노력까지
나날이 기억을 잃어가고, 식사와 목욕도 혼자 하지 못하며, 용변을 실수하는 할머니. 간병인 이재는 고된 돌봄 노동에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겪기도 하지만 친손녀인 자신에게 "효녀다", "대견하다"라며 날아드는 칭찬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시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며 돌봄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또한 장례식 절차 속에서 여성 유족의 존재가 철저히 지워지는 것에도 목소리를 낸다. 리본 대신 완장을 차고 분향실를 지키고 할머니의 명패에 손주들 이름을 성별이 아니라 나이 순으로 올리는 등, 변화를 위한 작은 투쟁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머니가 여자이기 때문에 느꼈던 억울함을 당신의 손녀가 똑같이 느끼기를 원치는 않으셨을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