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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정 Dec 21. 2019

거울을 보지 못하는 나는 남의 몸을 본다

취미는 운동 : 나는 나를 마주 할 자신이 없어서

Drawing stay

운동하러 가면 남의 몸이 보인다. 지금은 일반적인 헬스장이 아니라 개인 레슨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덜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적응 기간이 필요했고 그 적응 기간은 공간과 새로 만나는 사람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행히 미적대는 사람도 없고 회원에게 너스레를 떠는 트레이너나 수다 떨며 노는 사람도 없다. 꼽으라면 조금 통통하고 귀여운 갓 스물로 보이는 여자인데 투덜거리지만, 트레이너의 말은 잘 듣는다. 트레이너와 회원의 말도 들리지만 건강한 말들이다. 어깨가 안 좋아서라든지 어제 술을 먹어서 힘들다 등 같은 회원들의 고민과 작은 투덜거림이다.


예전에 일반 헬스장을 다녔다. 오픈 기념의 이벤트성 미친 할인, 새 머신, 새 프로그램, 새 수건 등등의 새것이 가득한 곳이라 매료되기는 쉬웠다. 그렇게 오픈 기념 회원은 카드를 꺼냈지. 늘 갓 오픈한 헬스장을 갔고 짧으면 3개월 또는 6개월 등록했다. 길게는 1년을 했었는데 그때는 요가, 필라테스, 플라잉 요가와 같이하면 더 할인되어 매력적이고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의 매일 출근 도장 찍는 회원이었지만 대체로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인도 바쁘다는 이유로 6개월 끊어두고 두 번 갔거나 3개월 끊어두고 일주일 가다 말았다는 말이 많았다. 특히 기구 사용은 어렵고 동작을 잘 못 하면 다칠 수도 있어서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름대로 출근 도장 찍듯 낸 돈이 아까워 아는 기구를 맞는지 틀렸는지 모르는 자세로 대충 하거나 러닝머신을 핑계로 TV를 봤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게 운동하고 개운하게 샤워까지 하고 집에 갔다. 샤워는 헬스장 가서 해야지 하는 이상한 생각도 하기도 하고. 대강 시간 보내며 그래도 '나는 헬스장에 갔다.' = '운동을 했다(사실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왔지)'고 받아들였다. 집에 가서 폭풍으로 식욕을 채웠다. 지금 보면 더 맛있게 먹으려고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걸으며 소화시키고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건강하게 맛있게 먹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도 없고 의욕도 없는 (근육도 없고) 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냈다.


그러고 보면 헬스장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볼 수 있다. 걔 중 나는 거울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고 근처에서 누가 운동을 하면 그렇게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다 호흡 소리가 거친 사람을 보며 나도 저렇게 눈치 안 보고 근육 찢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러닝머신만 하는 사람,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 인증 샷이나 영상 찍는 사람, 그룹 PT 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걔 중 제일 멋있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보며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져 있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아직도 어려운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고 움직이는 것은 더 어렵고 민망하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하며 모른 척하며 거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데 남들 시선 인식하며 말이다. 



프리랜서인 나는 낮시간을 이용하여 PT를 받는다. 회원들이 별로 없는 시간이기도 하고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기에 낮시간은 대체로 조용하고 수업 없는 트레이너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낮시간은 정말 대충하는 느낌이 없다. 회원 또한 대충이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헬스장은 트레이너의 몸이 말해주는데 프로의 몸을 유지하려면 이렇게 열심히 가다듬어야 해라며 화난 근육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건 어느 헬스장이건 마찬가지다. 트레이너의 몸이 그 헬스장의 신뢰감을 준다. 모두 쏟아지는 땀을 모른 척 거울에 비친 모습을 모며 운동한다. 그 안에서 운동하고 있으면 더 신경 쓰지 않게 되지만 거울에 비칠 때마다 피하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한 나는 내 몸을 잘 보지 못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땐 사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 줄 알았다. 

제대로운동을 하려니 어색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예전에 했던 생각이나 습관을 버리고 싶었고, 내게 헬스장은 러닝머신에서 걷기만 하거나 샤워만 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두 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나는 거울 앞의 나를 어색하고 쑥스러워한다. 언제쯤이면 다른 사람과 나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개인 PT가 끝나면 이제 혼자서 해야 하는데 걱정 된다. 



/걱정과 거울 안의 나는 마주할 수 없기에 빠지지는 말자고

마주할 수 없기에 열심히 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태도를 배우자고 

운동하는 사람의 몸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임을 알자고/


자신감도 용기도 없지만

매일 하는 부지런함으로 생각과 몸을 바꿔야지. 




나는 다짐하고 운동하고 왔다.








RYU HYEONGJEONG (@drawing__stay)


운동은 취미: 오해하지 마세요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운동 전문가, 의사의 전문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지만, 책과 건강 관련 사이트 등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론은 확인하고 쓰겠지만 혹시라도 운동 지식에 대해 틀린 정보가 있다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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