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첫번째 이야기
10여년 전 일이다. 나는 무려 세 차례에 걸친 실무면접 끝에 원하는 기업의 회장과 독대했다. 분위기는 다소 묘했지만, "형식적인 자리며, 우리와 함께할 사람은 당신"이라는 인사팀장 호언장담에 가벼운 마음으로 최종 면접에 임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귀하와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란 메일 한통을 받았다.
화는 뒷전이었다. 황당한 마음에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망고문한 일을 따지기 보다, 불합격 사유가 궁금했다. 전화기 너머 들린 그의 차가운 설명은 이랬다.
"회장님이 기자 출신을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일로 전화한 구직자는 당신이 처음이네요."
강산이 한 차례 바뀌었는데도, 당시 상황은 생생하다. 마음의 흉이 제대로 진 모양이다. 마트에서 그 회사 제품을 집어들 때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얼마 전, 내가 활동하는 홍보인 단톡방에 채용공고가 떴다. '국내 유명 취업포털의 홍보팀장 포지션이 열렸다'며, 관심있으면 모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달란다. 취업 정보를 서비스하는 기업도 구인에 시달리는 시대라니. 원빈처럼 거울보며 머리 깎는 스님을 기대했던 탓인가. 인재 발굴은 스타트업만의 고민이 아니다.
여기어때는 최근 '면접리얼리뷰'를 도입했다. 채용과정에서 만들어진 면접후기를 작성해 구직자에게 제공하는 제도다. 원하는 구직자에게만 보내준다. 후기문에는 지원자의 내부평가와 면접에 대한 태도, 합격(혹은 불합격) 이유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AS(애프터서비스)는 '구직자도 우리의 고객'이라는 고민의 산물이다.
이제 신분이 변해 면접관으로 면접장에 들어갈 일이 많다.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지원자 상황을 자주 접했다. 취업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천편일률적인 대답으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도 봤다.
앞선 식품회사 사례와 같이 기업 대부분은 면접 후에도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다. 그래서 구직자들은 다음 회사의 면접에도 비슷한 상태로 임한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범한다. 결국 회사도, 지원자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통상 구직자들은 "기업 채용시스템은 불투명하고, 공정치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탈락 여부라도 알려주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불통'에서 비롯된 슬픈 자화상이랄까.
'면접리얼리뷰'는 악순환을 끊는다. 구직자는 자신의 면접 스타일을 객관화하고, 분석할 수 있다. 보완점을 마련하고, 다음번 면접에 활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터. 기업은 채용과정을 최대한 객관화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면접준비 및 질의응답 수준을 고도화하고, 지원자 개개인을 세심하게 살피는 마음가짐도 갖는다.
여기어때는 1년여만에 직원수가 배 가까이 불었다. 면접리얼리뷰를 준비하는 인사담당자의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이 정책 때문에 합격여부를 떠나 구직자 한사람라도 웃음 짓는다면, 하는 게 맞다. 면접을 준비하는 지원자 만큼이나, 훌륭한 인재를 맞이하는 면접관도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