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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Sep 03. 2024

친구를 그리다 3

문혜영 Moon Uzu, 치과의사 이 원장, F6  면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초상권 침해로 인물 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그래서 인물화 그리기 쉽지 않은 시대이다. 친구의 동의를 얻어 사진 몇 장을 얻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 친구는 치과의사이다. 역시나 고등학교 동기이다. 물론 학교 다닐 때는 알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 만나 알게된 친구. 이 친구가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한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남자 동기 앞에서 입벌리고 있기는 좀 난감할 거 같아 선뜻 가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연말 동창회가 있는 하루 전 날 캬라멜을 먹다가 그만 씌웠던 금니가 빠져 버렸다. 금니 안에는 이미 카라멜이 매입되어 있었고. 카라멜만 걷어 내면 그냥 사용할 수 있을거 같은데, 동네 치과에 가면 분명 못 쓴다고 다시 하라할 게 불보듯 뻔한 일. 그러다가 동창회에서 이 친구를 만나 이야기 했더니 한 번 병원에 들르라고 했다. 용기내어 갔더니, 크라운을 세척하고는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붙여 주었다. 그런데 입안을 다루는 솜씨가 환자를 참 편하게 해주었다. 입안을 함부로 휘젓는 치과가 많은데, 여기는 의사나 간호사나 입안을 부드럽게 다루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아이들도 이곳으로 가게 되었고, 치과에 가면 구역질이나서 치료 받지 못하는 아들도 이곳에서 편안히 치료받았다. 임플란트도 이곳에서 하게 되었는데, 마취 주사를 이렇게 아프지 않게 놓는 의사도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친구 병원에는 "陰德廣施"라는 글이 액자로 걸려있다. 친구의 선친께서 병원 개업할 때 써주신 글이라고 했다. 병원 개업하는 아들에게 성공해라, 돈 많이 벌어라가 아닌, 덕을 널리 베풀라는 이런 글을 써주시다니 참으로 훌륭한 분이라 생각되었다. 친구 병원에는 나의 초창기 그림도 여러 점 걸려 있다. 첫 개인전과 두 번 째 개인전에서 친구가 그림 여러 점을 사서 병원에 걸었다. 그러니 나에겐 여간 고마운 친구가 아니다. 이번에 인물화 그리다가 이 친구를 그려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에도 한 번 친구를 그린 적이 있다. 진료를 보고 있는 친구인데, 앞 모습이 자신없어 뒷모습만 그린 그림이다.  정말 그림 같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주었는데도

아주 고마와하며 받았다. 그런 그림을 그려준게 미안해서 이젠 좀 나아진 실력으로 그려주고 싶었다. 물론 이 그림도 시간이 지나면 부끄럽겠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친구는 아주 고마와하며 받겠지. 


참고로 친구의 치과의원은 이주석 치과로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가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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