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95 - '내 짝'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이상한 사람..."

"뭐가?"

"휠체어 탄 내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 뭐든 해줄께, 말해봐 뭘 도와줄까? 라고, 하지만 허리 숙이고 이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다르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노을 지는 석양을 서서 바라보던 남자가 휠체어를 탄 여자 눈높이로 숙이고 앉아서 같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주고받는 이야기다.


"미안해! 이런데 데려와서,"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밥 사주려고 몇 군데나 기웃거리다가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해서 결국 포기하고 도로변 트럭 포장마차에 온 두 사람. 남자가 휠체어 탄 여자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은 트럭 우동가게 주인아저씨가 다가와서 테이블에 우동을 놓아주며 말했다.


"미안하네, 이렇게 밖에 자리를 못 만들어놓아서!"

"아저씨, 들렸어요?"

"다 들리네!"


드라마 제목은 '뷰티풀 라이프'지만 세상은 결코 '뷰티풀 월드' 는 아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거리를 헤맨적이 있다. 휠체어 타고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을 찾아 30분 넘도록 다녔지만 모두 마루바닥이라 결국 허탕 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뷰티풀 라이프!!’

사랑하는 연인들과 가족이 함께 사는 인생과 세상은 그래야 한다.

그리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게 해주고 싶다.


내 짝 – 아무리 길어도, 어디가 되었던,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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