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가난한 사람들이 곧잘 푸념하게 되는 이런 말 있지? ‘돈 떨어지면 쌀 떨어지고, 쌀 떨어지면 마누라 도망간다’ 는...”
“근데 어쩌지? 우리도 돈 떨어지고 쌀 떨어졌는데... 당신은 도망도 못가네? 크크”
그렇게 나는 아내를 놀리면서 웃었다. 억지로라도 좀 아내를 웃기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안 웃는다. 역시 사람을 웃게 하는 거 참 힘든 일 맞다. 개그맨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는 요 며칠 계속 몸이 안 좋더니 종일 등짝에 침대를 업고 꼬박 하루를 보냈다. 정말 말 그대로 10분도 침대에서 안내려오고, 침대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미 보이지도 않는 실명한 오른쪽 눈이 계속 아프다고 호소를 했다. 혈관이 말라 자꾸만 수축되면서 함몰 되어가는 안구 때문에 생기는 후유증 같다.
아내는 혹시나 안구를 들어내는 '적출' 수술이라도 하게 될까봐 많이 불안해한다. 수술전후의 통증도 무섭고 두렵지만 미용상 괴로운 모습이 뻔히 예상되어 더 괴로운가보다. 아내도 여자인데... 나도 마음이 아프다.
사실 희귀난치병 환자로 십여년쯤 되면 고장 나고 아픈 데가 어디 딱 한군데도 아닌데 뭐 어쩌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그래도 오후에 딸아이가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 와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학교내 우리말 경시대회에서 또 최고점수를 받은걸 선생님이 알려주셨단다.
아이와 통화를 마친 아내가 활짝 웃는다. 입이 커지면서 얼굴이 환해지고 연달아 ‘잘했다! 잘했다!’를 말한다.
그대 미소 - ‘돈 떨어지고 쌀 떨어져도 당신은 도망 못 가네? 딸만 보면 미소를 짓는 아내. 히히, 나는 마음 놓는다. 거지가 되어도 마누라는 도망 안 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