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00 - '아름다운 이름'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그날은 밤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들이 그렁그렁 매달리다가

주르륵 미끄러지는 놀이를 계속 하고.


간혹은 내 속에 쌓인 게 있어도 울지 못할 때

이렇게 바깥에서 비가 울어주면 대신 위로가 된다.

그저 바라보면서 후두둑 빗소리에 마음을 맡기거나

그러다 아주 부드럽게 소리 없이 같이 울어본다.


창문을 살짝열고 아무도 모르는 치유를 맛본다.

한 점의 바람과 잠시의 자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그리고 부디 내 앞날에 행운이 조금씩 머물러 주기를 빌어본다.

뭐 그리 대단한 욕심이라고...


흔히들 '희망'이라는 말을 하면 '내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의 희망은 '오늘'을 향한다.

누구에게나 그러듯 나의 평생도 늘 오늘 뿐이다.

- 제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게 해주세요.


이른 아침 하늘이 맑아졌다.

천둥소리 그치고 빗줄기도 그치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시선이 병실 작은 창문을 넘어서면 우뚝 선 빌딩들이 또 가로 막지만

그럼에도 다 가리지 못하는 푸른 하늘이 기운을 준다

마치 내 삶을 가둬버린 병원생활,

내 가족들과 함께 사는 걸 막아버린 담을 타고 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보는 희망처럼!

혹, 희망은 멀어도 가까운 곳에 기쁨이 있다는 듯. 다행이다. 고맙다.

어제는 비 오늘은 맑음 내일은 더 행복하겠지?

같이 하늘을 바라보며 아내가 미소를 짓는다.


아름다운 이름 - 하루살이로 사는 남편 곁에서 웃어주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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