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에 발목잡힌 사람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아침부터 날씨가 후덥지끈하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습하고 추위타는 환자때문에 켜지못하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 날개가 앵앵거리며 애쓰고 돌아가고 있다.

'아, 지겹다. 살아낸다는게...'

아직도 많이 남은 미션들에 숫자를 세다가 지치고 멍해져서 놓아버린 기록들. 83곳의 장소에서 옮겨가며 살아야하고 452가지의 새 음식을 먹어보고, 12530개의 새 노래를 듣고, 68932개의 영화와 735993명의 사람과 인사를 해야 하는 미션

그동안 참고 넘겨야할 것도 있다. 17번의 죽을 고비와 245번의 질병, 763(773명이던가? 헷갈린다)과의 이별 상심. 숫자가 아예 없는 사랑하는이와의 티격태격 갈등은 그저 양념이라던가?

그걸 다 마쳐야 이땅을 떠나게 해준다는데 사람들에 의해 이름이 수십개로 다르게 불리는 신은 이걸 복이라고, 로또처럼 당첨된 행운이라고 우기고 난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다. 이게 벌인지 의무인지 기쁨인지...

위 몇 가지 중 숫자가 틀린게 있다고 박박 우기며 씰데없이 목숨걸듯 따지고 토론하자는 사람없나? 그러다가 화해하고 시원한 생맥주라도 한잔하면서 하고싶다. 그게 더 재미있을거 같아서...

아침부터 사는 게 장마터널 중간쯤 지나는 순간 같다. 숨 꾹 참다가 질식하면 느낌이 어떨까 호기심이 작동한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여름오는 어느 날, 미션에 발목잡힌 인생이 하루를 씨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아온 탕자가 내게 물었다. “너라면 어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