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만 남고 생각은 없어지면...

by 희망으로 김재식



뇌경색으로 머리 수술을 하고 인지력을 상실한 50대 중반의 아주머니
병실 식구들이 돌아가며 말을 걸고 대답을 하라고 부추긴다.

“ㅇㅇ언니! 몇살이야?”
“19살!”
“지난번에는 10살이래며?”
“몰라!”
“여기는 어디야?”
“학교!”
“공부하러 온거야?”
“응”
“무슨 학교야?”
“초등학교!”
“엥? 19살이라며? 19살이 가는 초등학교가 어디있어!”
“있어!”

대답은 항상 짧다.
그리고 간간히 웃으신다.
가끔은 그 환자가 부럽다.
앞 뒤 논리도 맞지않고 현장 파악이 안된다.
그럼에도 미움이나 고민, 크게 불안도 없다.
감정은 있으나 생각은 없어보인다.
생각때문에 지독히 짐보따리를 만들어
이고지고 개고생을 자주하는 멀쩡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참 효율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사이에 유익한 관계를 유지 못하는
안타까움이ㅡ훨씬 마음에 걸리지만...
감정만 남고 생각은 없어지는 상태를 목격하면서
애매한 양날의 검을 느낀다.
종종 주장하는 생각만 있고 공감해주는 감정은 없어진
삭막하고 쓰라린 인간세상에 몸서리 치기도 했었다.
온갖 좋은 말, 옳은 말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승리만 위해 교활하게 이용하는
잘난 사람들의 회칠한 무덤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뭐가 더 좋을까? 살기에 수월한 상태는...


*아내는 지금 감정도 남고 생각도 유지하면서 몸은 만신창이다.
살기에 수월한 상태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질문에 답 고르기 하나를 더 추가해야하나? ㅠ

이전 15화어쩌면... 변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