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by 희망으로 김재식

‘기적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고 소리가 났다

‘수치가 잘 조절되고 있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렇게 혈액검사 결과가 좋게 오면

또 몇주를 무사히 살아도 된다!

반가운 문자!

그러나 문자가 아니고 음성전화가 오면…

그건 다시 먼길을 가서 항암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래서 전화벨이 울리면 긴장을 하고 슬퍼진다.



그러고보니 이번 진료 검사는 좋은 소식이 또 있다

나를 무척 힘들게 하는 골밀도 검사 시티촬영!

장애와 늘어지는 몸 상태인 아내를 탈의실에서

옷을 다 갈아입히는 과정도 힘들고

엑스선과 시티실 베드에 올려 눕히고 내리는 과정도

촬영선생님들이 못해서 내가 불려 들어가서 해야 한다

지탱해서 설 수 있는 사람들은 돕기만 하지만

아내는 설 수가 없으니 감당을 못하신다 ㅠ


그런데 그 수고를 싹 잊게해주는 결과를 보았다

진료의사선생님이 설명해주시는 검사결과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골밀도 검사결과 마이너스 4.5에서

마이너스 2.4 근처로 좋아졌다.

이게 무슨 수치인지 잘모르실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으로 처리해주는 기준이

마이너스 2.5 이상이다. 이른바 골다공증 진단이다

그래서 그동안 건강보험 지원을 받아 골다공증 치료용

주사와 먹는 약을 십여년 지원 받아 왔다.

그런데 이제 벗어 났다!

그래서 비보험처리대상이 되어 약값을 현금으로 냈다

한 달짜리 18,000원씩 약 석달치 54,000원을!


여기에는 남들은 잘 못 느낄 기쁨이 있다.

보통사람은 평생 한번도 맞지 않고 사는

독약에 가까운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최고 허용량으로

열 번도 넘게 맞은 아내는 마이너스 4.5를 넘나드는

매우 심한 골다공증 상태가 되었다.

이 독하지만 피할 수 없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이 병의 환자들 중 여럿이 무서운 대퇴부 무혈괴사성

진단을 받아 고관절이 충격도 없이도 저절로 으스러졌다.

정말 무섭다. 합병증을 부르고 면역저하에 빠지게 한다.

현대의학의 덕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골다공증이 나아질 수도 있다니!

물론 유지하려면 계속 검사하며 약과 주사를 맞아야 한다.



“선생님, 그동안 전혀 안움직이던 왼발이 움직여요!

한 달쯤 전부터 발가락을 올리고 내리는 감각이 돌아오고

꼼지락거리는 정도지만 발목도 살짝 움직여져요!”


사지가 완전 마비된 후 거의 12년이 넘도록 무반응이었다

오른쪽 다리와 발은 2-3년 후 조금씩 돌아왔지만

왼쪽은 전혀 신경이 살아나지 않고 꼼짝을 안했는데…

“와! 그건 기적인데요! 다음에 움직이는 거 동영상으로

좀 찍어와요. 보고 싶네요!”

“원래 오랜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묻는 나에게

의사선생님은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셨다.

십년이 넘도록 신경이 회복되지 않으면 거의 가능성 없다며.


사실 아내는 초기 발병때 300명 정도 이 질병환자를

관리하던 의사선생님에게도 다섯손가락에 들어가는 중증이었다.

혈액분석맡기던 미국에서도 재발이 이렇게 자주오는

심한 환자는 처음이라며 놀란다고 했었다.

그런 상태로는 거의 5년을 못넘긴다고 했는데

벌써 거의 3배인 15년에 가깝게 생명을 유지하는 중이다.

기적은 이게 더 큰 기적이 아닐까?

그런 조심스럽지만 비관적 요주의 대상으로 보셨던

의사선생님에게서 기적이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얼마나 실감이 나고 기쁜지 괜히 울컥하고 뿌듯했다.

물론 다른 짐이 무거워지고 치료법은 아직도 없고

몸과 마음을 씨름하며 사는 아내나 내게 산은 높지만…


어쩌면 기적은 우리 주변에 늘 빙빙돌거나

아주 가까이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먹고 일하고 잠들고 걷고 뛰며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 기적의 한가운데를 동행하고 있는 거

우리만 모르고 우리만 당연한 듯 무시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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