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으로 김재식 Jun 15. 2022

그저 기도 1 - 미루기

그저 기도 1 - 미루기


조금만 더 자고

조금만 있다가

조금만…


아내는 벽에 못 하나 박아달라면 석달 열흘 걸린다고 놀리며 내 별명을  ‘석달열흘’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100일은 안넘길게! 난 그렇게 대답하며 버티곤 했다.


어디 내 일상에 귀찮아! 나중에… 미루며 산 것이 아내의 부탁만일까? 공부도 미루다 졸업도 못하고 포기해버렸고 돈도 나중에 벌자! 그러다 평생 통장에 돈 쌓아본 적 없이 이젠 할 수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버나드 쇼는 묘비명에 이렇게 써달라고 했다던가?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 라고. 그 많은 흔적을 남긴 버나드 쇼도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평가했으니 나 같은 사람은 아주 망한 거나 다름 없겠다.


이런 나도 한가지는 미루지 않은 것이 있다. “잠깐! 스톱! 이리와봐” 학교로 출발하는 아이를 붙잡아 세우곤 했다.


”속 상하고 기분이 안좋은 건 이해하지만 우리집 규칙 알지? 화가난 상태로 헤어지기 있기? 없기?“


그리곤 아이를 꼭 안아주곤 했다. 최소한 미운 마음 화가 난채로 마구 달려서 가지 않을 정도로는 풀려서 등을 보이고 갔다


우리집 규칙이란 다름 아닌 분을 품은 상태로 헤어지지 않기! 다. 평소 여러번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도 했고 최대한 부모인 우리도 본을 보이려 애쓰고 지켰다. 부부 다툼을 해도 출근이나 다른 용무로 헤어질때는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잘 다녀오고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했다


오래전 어느 부모가 자녀를 심하게 혼내고 양쪽 모두 골이 난 채로 문을 쾅 닫고 헤어졌는데… 불행한 사고가 나서 다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 서로 기억하는 얼굴은 화난 얼굴 화가 난 목소리가 돠고 말았고 영원히 사과도 할 수 없이 가슴에 바위처럼 무겁고 대못처럼 아픈 기억을 안고 살게 되었다고 후회를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그러지는 말아야겠다 싶어 아내와 나는 늘 문을 나설 때는 아무리 속상하고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서로의 안녕을 비는 배웅과 인사는 하기로 헀다. 특히 운전을 하고 가는 상황에서 그건 아주 다른 차이가 있었다. 화가 난채로 운전대를 잡는 것과 안전을 비는 가족의 배웅을 받고 나선 경우의 차이는 정말 다르다.


그걸 아이들에게도 늘 말했고 부모 자녀 사이나 형제 사이에서도 그건 지키자고 했다. 본을 보이니 늘 잘 되지는 않었지만 하면 할수록 그 노력이 가져오는 평안과 빠른 갈등해소는 큰 보너스였다. 미루지 말아야 하는 우리집 규칙은 정말 꼭 지키고 싶은 유익한 일이다.


신앙인이 되어 살다보니 가족과만 지켜야할 규칙이 아니라는 반성이 느껴졌다. 우리 삶의 본이 되신 분이 예수님이고 그 길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숱하게 마음먹고 고백하지만 날마다 일상현장에 들어서면 늘 ‘내일부터 하지 뭐!’ 아니면 ‘조금만 있다가’ 였다.


건강, 가족, 필요한  물질 등 많은 것이 공급되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할 때도 감사 기도는 미루었다. ‘ 내 마음 아시겠지? 다 아는 분이니까!’ 그런 식이었다.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그때 그때 마음의 표현을 해야 오해도 안하고 기쁨은 두배가 되는 건데 하나님은 알아서 짐작하라는 태도. 믿음은 미루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응답보다 눈에 보이고 빠른 해결책 같아 사람부터 찾는 건 하나님보다 사람의 능력과 수단을 더 믿기 때문이었을거다. ‘에이, 하나님은 늘 천천히 움직이시고 그것도 줄지 안줄지 하나님 맘에 달렸으니까…’ 하는 불신의 모습…


미루지말고 바로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어지고 영원히 후회하며 땅을치는 건 사람 사이만이 아님을 실감래야하는데 잘 안된다. 뭐 그것도 내일부터 하지 그런다.


 













작가의 이전글 딱 한 번만 더 일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