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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Mar 28. 2023

계단이 두개만 넘어도 딴 세상이 된다

‘계단이 두개만 넘어도 딴 세상이 된다’


힘들게 시간과 마음을 정해

봄날 나들이로 수목원을 갔다

긴 겨울,

그것도 몸이 불편한 환자의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차단되는 계절이다

그 지루함을 털고싶어 봄날 간

수목원은 초록과 새싹과 동백꽃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그 좋은 나무와 꽃들의 세상

물과 풀잎과 흙길의 느낌이 주는 기쁨

그런데… 곳곳에서 벽을 만나야 했다

성한 사람들, 걷는데 문제없는 사람들에게는

고작 서너개의 계단도 천길 담장과 다름없었다

휠체어를 타야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벽이었다

두개만 넘어도 계단은 오를 수 없는 곳이라

그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장소에

설사 향기로운 천국이 있어도 그건 딴 세상이고

금빛 보화가 널려 있어도 그건 그림의 떡이다

포기하고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그저 벽이고 철조망이고 다른 세상이 된다

숙소를 정한 곳도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있어

직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들어 올려야 했다

불과 다섯개 정도의 얕은 계단인데도….

큰 호텔이나 비싼 곳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무거운 짐을 옮기도록 계단없는 경사길이 있다

하지만 작은 규모, 가격이 낮은 숙소는 더러 그렇다

모두 건강하게 걷는 이들을 기준으로 되어있다

문제는 가족들도 덩달아 포기해야한다

못 걷는 휠체어 탄 가족을 냅두고 갈 수 없어서

같이 못가는 쪽을 결정한다

무리한 비용을 들여 지금 세상의 모든 길을

계단없이 만들어달라는 당당한 주장을 못해

다음 세상을 기대한다

부디 천국에는 계단도 없고

몸 아픈 사람도 없기를…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난 성경속 이야기가 있다


[한 중풍병자를 사람들이 침상에 메고 와서 예수 앞에 들여놓고자 하였으나 무리 때문에 메고 들어갈 길을 얻지 못한지라.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병자를 침상 째 무리 가운데로 예수 앞에 달아내리니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르시되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_ 누가복음 5장]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사람아 네 죄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대목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울컥 맘이 찡해서 ‘진짜 복 받았구나’

나도 모르게 그들과 병자가 부러웠다

믿음은 그 환자를 지고 온 이들에게 보시고

병 회복의 구원은 아픈 사람에게 주셨으니!

환자의 그 괴로움과 약점을

성한 이웃들이 나눠지고 해결한 것이

어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렇다

이 땅에서 모든 병자에게 그 복이 와야한다고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지만

그런 뜨거운 사랑이 더 이상 필요없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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