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82 - '바람'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나는 당신만의 바람이 되고 싶었다.


당신은 숨은 향기였다.

부르지 않으면 꼭꼭 숨어서 사는 아름다운 사람.

나는 당신의 향기만을 실어 나르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당신은 시작하지 않은 노래였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잠잠히 담고 기뻐하는 사람

나는 당신만을 위해 연주하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당신은 상처내지 않는 손길을 가졌었다.

뺨과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포근한 사랑의 사람

나는 세상에 당신의 터치를 전하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원하는 바람이 되지못했다.


변덕으로 향기를 흩어버리고

노래를 슬픈 신음으로 바꾸는 사나운 폭풍이 되고

아무나 거칠게 때리고 마는 괴물 바람이 되었다.


다시 품는 소원...


나는 돌아온 바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변함이 없는 향기와 노래와 손길을 가진 당신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


당신만을 담고

당신만을 위해

당신의 힘만으로

수시로 변해지는 그런 바람


바람 – 모두가 팔 벌려 기다리기는 하지만,

역할을 바꾸어 멋진 바람이 되어 어디로 누군가에게로 다가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 길이 너무도 쉽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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