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이 주는 위로
음력으로 생일을 치르다 보니 내 생일은 친구들에게 잊히기 일쑤였다. ‘나 오늘 생일이야’ 광고도 못하는 성격이라 생일이 다가오면 우울해지곤 했다. 올해 생일도 다르지 않았다.
엄마는 다른 형제와 달리 내 생일 즈음 항상 몸살을 앓으신다. 아파도 큰 병일까 걱정돼 병원 가길 꺼려하시는 엄마가 올해엔 한 이틀 호되게 앓으시더니 급기야 내 생일에 동네 병원을 찾으셨다. 그날 엄마는 큰 병원에 가서 유방암 검진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 소식을 미용실에서 뿌리 염색을 하던 중에 동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염색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중단하지도 못하고 염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제 막 미용일을 시작한 직원의 더딘 손길에 속이 타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버스 안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며 웃는 그들을 보면서 ‘이제 나에게 평범한 일상은 사라지는 걸까?’ 잠시 생각이 스쳤다.
엄마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떼어낸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항암치료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된다.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몇몇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엄마의 유방암 발병 소식을 전한 것 외엔 대부분의 지인들은 나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회사에조차 알리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 그들이 모르는 것뿐인데 종종 서운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엄마가 수술하던 날, 내 상황을 아는 지인이 병원 근처에 볼 일이 있었다며 잠깐 얼굴이나 보자 해서 만났다. 큰 글씨로 된 ‘좋은 생각’이란 책과 핸드크림을 나에게 건넸다. 위로가 됐다. 그가 내 상황을 안다는 것 자체에..
나의 지인은 작년 겨울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다. 최근에 태어난 조카는 아직도 인큐베이터에 있다.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더라’.. 고 말하는 그의 말이 평소와 달리 가슴에 깊이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