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와 레일
그 나라에는 리프와 레일이 살았어요. 리프는 매우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은 리프가 옷을 입지 않는다고 멀리 했어요. 사실 리프는 저주를 받아 벌거벗고 살았던 거였고 그 누구보다 옷을 입고 싶어했어요. 특히 움츠러든 어깨를 가리고 싶었는데 그러면 왠지 어깨가 펴질 것 같았거든요. 리프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어렴풋 알고 있는 유일한 이는 레일이었어요. 어느 날 숲 속 호숫가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리프를 본 적이 있거든요. 리프는 자유롭게 웃으며 헤엄쳤어요. 레일은 리프의 그 모습이 마치 바람따라 춤을 추는 나뭇잎같다고 생각했고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 기억으로 인해 그를 멀리 했던 마음도 누그러졌어요.
레일은 팔다리가 긴 발명가였어요. 특히 철도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했죠. 누구나 그렇듯 레일을 가까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멀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레일은 다만 일상 속 불편함을 그대로 두지 않은 채 바꿔내고 일궈내는 자신의 능력을 특별하고 소중히 여겼어요. 또 자신의 직업과 그 역할에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럽게 여겼어요. 그래서 옷을 입지 않고 사는 리프의 불편함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죠. 그렇게 리프에게 말을 걸게 된 레일은 리프의 저주를 알게 됐고 이를 풀려는 시도를 하게 됐어요. 리프와 레일이 함께 다니는 것을 보고 어떤 이는 리프를 달리 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는 레일을 덩달아 멀리하기도 했죠. 레일은 습관처럼 괘념치 않았고 리프는 그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니 신기했습니다.
리프는 사람들이 멀리하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했어요. 어떤 것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죠. 그 모습을 보면서 레일도 자연스레 자신이 멀리했던 리프를 아끼게 되었어요. 신기할 정도로 가까워진 리프와 레일은 서로를 종종 껴안곤 했는데요. 벌거벗은 리프를 레일의 길다란 팔로 칭칭 둘러싼 모습은 묘하게도 꽤나 사랑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어요. 하지만 점차 그 장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걸까요. 그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나쁘지만 않은 것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지만 리프는 어깨를 펴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레일은 갖은 노력을 다 해도 풀리지 않는 저주에 고민하다가도 리프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곤 이 노력이 그 자체로 의미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어느덧 리프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지기 시작했습니다. 둘이 껴안는 장면은 그 자체로 명물이 되어서 그들이 함께 있을 때 환호하면서 몰려드는 사람들도 생겼죠. 호감을 갖는 사람들로 둘러싸이게 된 리프는 얼떨떨했어요. 여전히 리프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이해가 됐습니다. 누구보다 옷을 입고 싶었던 리프는 자신을 불편해하는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 레일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기쁨을 알게 되면서 혹시 자신은 저주가 아닌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가끔 하게 되었죠. 레일이 자신을 껴안을 때 옷을 입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레일은 저주를 풀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다가도 리프가 자유롭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이걸로 자신은 저주를 이미 푼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러한 생각들을 공유하며 낄낄거리며 웃었어요. 사랑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리프와 레일은 분명 사랑스러운 사람들임에 틀림 없어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