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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미나인 Sep 24. 2021

가치를 구입할 때

단순함의 재정의




 무언가를 구입할 때 단지 재화나 서비스만을 구매하려면 되려 더 세심하게 비교하고 따져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가격이나 성능 혹은 특징같은 것들이요.  아니면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동안 소비 행위를 할 때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듯 해요. 하지만 성인용품을 판매하다보니 마음으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대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얻고 싶어서 소비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리고 만약 그 소비를 통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확신하는 경우 구매를 망설이지 않고 후회도 없는 것 같았어요. 저도 이를 자세히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손님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의사결정 자체를 성실히 돕는 접근법을 취하게 됐어요. 저는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거듭된 질문을 통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명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저는 고객들이 매장에서의 경험에 후회가 남지 않고 속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원래 제가 선배들에게 배운 판매 방식은 이런 게 전혀 아니었거든요. 근데 생각과 경험이 거듭될수록 아무리 봐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더라고요. 고객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고객이 진짜 만족하는 구매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요.


 저도 끊임없이 부족했고 계속해서 바뀌어 갔었죠. 고객마다 물건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을 천천히 몸으로 깨쳤어요. 성인용품은 사람과 몸 그리고 관계와 관련한 상품들인 걸요. 고객마다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제각기 다를 수 있고 성향에 따라 관점과 접근 방식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머리가 아닌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어요. 요즘 눈이 떠진 것처럼 그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고객 입장에 몰입해서 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확장되는 걸 매일 느끼고 있어요. 물론 그 이전에 먼저 매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말씀드리고 저 또한 고객의 동의 없이 판촉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직하게 판매하고 마음을 담아 위해주는 것이요. 모순이 없고 어떤 것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파악하는대로 정확히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면 돼요. 주목할 만한 점은 제가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총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적어도 제가 믿는 바로는 특히 장기적으로 그래요. 고객이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최적의 선택지를 추천드렸을 때 그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걸 선택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 왜냐면 저는 이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많은 질문을 드리고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자 노력했거든요. 상호 간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서로 느끼게 되면 모든 것은 그냥 단순하게 흘러가고 아무런 모순도 남지 않아서 그것이 가장 좋더라고요. 그게 좋아요.


  고객은 몸과 감정과 관계를 위해 성인용품을 구매합니다. 이 때 저는 고객의 몸과 감정과 관계를 위해 고민하고 말을 하면 돼요.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게 접근했을 때 가장 아무도 다치지 않고 그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철학은 그거에요. 그 누구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정서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방법이 제 눈에 보인다면 그것이 어쩌면 도달할 수 없는 이데아일지 몰라도 끝까지 추구는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고객들이 제가 만들 브랜드를 소비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제로 손에 쥐는 것 같은 느낌을 또렷하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존중하고 존중받고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충족되는 경험 자체를 구매하는 거에요. 평가받고 평가하기 위한 목적은 다 지워버리고 몸과 관계에 존재하는 욕구를 솔직히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 경험을 구매하는 거죠. 이는 구매 상담할 때 제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은연 중에 전달하면서 가능할 수도 있고 제가 믿는 가치를 매장 문화에 구현함으로 가능할 수도 있고 이런 저의 생각이 일관적으로 브랜딩 작업에 녹아들어가 가능할 수도 있고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꾸준히 글로 쓰면서 가능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그냥 저라는 사람이 제가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를 지키면서 살 때 가장 가능하리라고 봐요. 그랬을 때 고객들도 저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가치를 전달받는 거라고 믿어요. 저는 끊임없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지 못했을 때 생긴다고 믿기 때문에요. 저는 제 고객들이 자기 색깔대로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아주 만족스럽게 소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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