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구직할 때 지극히 제가 겪은, 그리고 제가 아쉬워했던 경험들
저는 올해로 9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곧 있으면 구직ㆍ이직 시즌이기도 하고, 한 번씩 지인들에게 상담도 듣기도 합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저보다 잘하시는 혹은 까마득한 선배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에게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리도 할 겸, 후배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가 커리어를 잘 쌓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직도 잦았고요, 실무를 한 지 4년차까지는 솔직히 커리어에 대한 개념조차 갖추지를 못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을병으로서 유명 대기업 일을 많이 해보았지만, 유명하고 큰 기업에서 실무를 한 경험은 없습니다. 사업장이 한순간에 폐업하는 경우도 여러 보았고, 덕분에 노동부도 많이 왔다갔다 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탄탄대로로 커리어를 쌓으신 분들보다는 구직ㆍ이직에 대한 고민에 더 공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현재 UI 디자인 쪽에서 실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타 디자인 분들에게 일부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이니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동료나 선배를 만난다는 것은 멀리 내다보았을 때,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물론 그 인연을 맺으신 분들과 관계 유지는 개인 노력(?)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하튼 첫 회사는 월급을 많이 주는 곳보다는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우리 디자이너들은 어느 회사를 가든 박봉입니다. 돈 조금 더 많이 준다고 디자인 조직이 없는 곳에서 혼자 디자인하다가는 후에 이직할 때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가 아닌 인하우스 같은 경우, 디자인 조직이 있는 회사라면 임금 수준도 괜찮은 편이기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플랫폼에 이렇게 밖에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요. 그런데 딱히 저 표현 말고는 떠오르는 표현이 없...읍읍... 회사는 아주 뭐 같냐, 덜 뭐 같냐 그런 차이일 뿐이라 생각을 합니다. 사실 디자이너를 떠나 회사의 직원으로서 출근이란 거 자체는 정말 힘든 것이죠. 허나 우리는 그나마 덜 뭐 같은 곳으로 구직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잘 알아보고 지원을 하는 게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 같이 구직난인 거 저도 잘 알고는 있지만, 경험상 아무 곳이나 생각 없이 지원을 하다간 후에 아주 크리티컬 한 경험을 안게 됩니다.
회사에 한번 입사를 하는 순간, 회사에서 쓰이는 시간, 회사 적응하는 시간, 지내다 보니 뭐 같아도 퇴직금이 생각나니 1년 동안 버텨야 하는 시간, 사람과 사람들끼리 쓰이는 시간 등등...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의 경험들은 나의 커리어에 한 줄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나의 시간이 중요하다면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최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회사 정보가 없다면 우선 보류를 하는게 맞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우시다면 차라리 누끼라도 따는 디자인 아르바이트나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툴을 가르키는 튜터 수업을 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우리는 디자이너 이전에 월급을 받는 직원입니다. 때문에 월급은 정말로 정말로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월급이 제때 제때 안 나온다면 나의 라이프 패턴들은 망가지기 십상입니다. 내 디자인 실력을 디벨롭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월급 때문에 업무에 집중이 안된다는 것은 정말 최악의 상황인 것이죠. 때문에 앞서 레퍼런스 체크를 하라는 이유가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의 주머니는 디자인 박봉이기 때문에 녹록한 편은 아닙니다. 월급이라도 제때 제때 나와야죠. 재무상태를 어떻게 가늠을 할 수 있느냐? 우선 잡코리아에 회사정보나 크레딧잡 같은 회사의 재무 상태를 볼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크레딧잡에서 사명을 검색하면, 회사의 평균 연봉이 나옵니다. 해당 회사의 국민연금 납부액 또는 고용보험 납부액과 납부 인원수를 역산하여 계산하여 나오는 수치입니다. 실제로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투자를 받았다던지, 계속 성장세에 있는 회사라면 신고가 늦게 되어 평균 연봉 수치에 반영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정확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거짓 정보는 아니기에 회사의 재무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좋은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뽑을 때 과연 디자인 실력만을 볼까요? 아니요, 디자인 실력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봅니다. 동료들 혹은 타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 혹은 코워킹 부분에서 잘할 수 있는지, 회사에 지원하는 마인드나 자세 등등... 때문에 본인이 가고자 하는 회사의 디자이너의 직무는 어떤 직무를 원하고 있고, 어떤 스킬을 요구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을 어필을 해야 하는지 연구를 해야 합니다.
연차가 낮을수록 우리가 원하는 제대로 된 회사라면 업무적으로 쥬니어분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나 기대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쥬니어를 뽑는 근본적인 이유는 메인 업무의 서포트 역할로 뽑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쥬니어분들이라 하여도, 디자인 업무와 순수 디자인 실력은 엄연히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 부분에서 갭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잘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3년 차 정도 된 분들이 회사 이직할 때, 잘 팔리는(?) 이유는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실무 경험도 있으니 오더를 주기도 편하고, 실무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업무를 하려고 하기도 하고, 시니어들보다 임금도 많이 줄 필요가 없으니 많이 선호들 하는 연차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서는 3년 차라 하여도 디자인 리딩 자리를 줄 일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간혹 메인 디자인을 맡을 연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리딩 자리를 맡기려고 하려는 사업장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2개로 나뉩니다. 정말 지원자분의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셔서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로 뽑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제대로 된 회사도 아니고 시니어 디자이너를 뽑을 형편이 안되기도 하고, 디자인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픈 생각이 없어서? 제 생각은 후자가 더 많은 거라 보기는 하는데요, 이는 커리어에서 기회가 아니라 독이 든 성배임을 생각해주셨음 합니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고 본인의 실력도 일취월장으로 잘 디벨롭되면 정말 좋은 기회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합니다.
쥬니어 시절과는 다르게 경력직이 될수록 이직에 더 어려움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합니다. 신입 때야 신입을 뽑는 회사가 잘 없어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경력직은 선택의 폭이 넓은 대신 통과가 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쥬니어완 다르게 경력이 찰수록 회사는 경력직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집니다. 그저 연차가 많다고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요구사항이 많아지니 그 요구사항을 해결하라는 의미로 임금이 더 많이 주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역시나 세상에 쉬운 것은 없는 거겠죠.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매 순간 계속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이직이 잦은 편에 속합니다. 사업장이 망한 경우를 수차례 보았기 때문에 노동부도 여러 번 왔다갔다 하고, 실업급여도 타고 그랬습니다. 이런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1번이라도 월급이 밀린다면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회사와 오너라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다른 돈은 까먹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켜내는게 바로 근무자들의 월급입니다. 많은 오너분들이 이것을 지켜내려고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피땀을 흘리십니다. 그런데 이게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그 회사 재정 및 운영에 큰 이슈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입니다만, 저는 과거 여러 명의 오너분들과 이런걸로 얼굴을 수차례 붉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전에 미리 발을 빼는 게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에 포트폴리오를 잘 쌓아놔야 합니다. 때문에 구직ㆍ이직할 때 내가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포트폴리오와 경험을 잘 쌓을 수 있는 환경인가도 고려해야 합니다.
나는 UI 디자인을 하려고 입사한 건데, 갑자기 주구장창 마케팅 디자인만 시킨다던지, 콘텐츠 디자인만 시킨다면 그 순간 커리어는 꼬이게 되는 겁니다. 간혹 나는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알고 이런 것을 어필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게 좋게 말해 본인의 업무 스펙트럼이 넓다고 말하는 거지, 나쁘게 말하자면 어느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든 경험이 없다고 자명하는 꼴 밖에 안 되는 겁니다.
많은 쥬니어분들이 근로기준법 숙지를 안 하시다 보니, 많은 악덕업주들에게 당해서 하소연하시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쥬니어라 나이 많은 사장님이나 실장님에게 기가 눌려 쭈뼛쭈뼛하다가 결국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내 권리를 자진해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겁니다.
내 권리를 지키려면 우선 근로기준법에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간혹 내규 어쩌고 떠드는 나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어떠한 내규도 근로기준법보다 상위 일수가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찾는 덜 뭐 같은 회사를 찾는데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내 노동 인권, 연차, 임금등을 지켜내자면
꼭! 한번씩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디자인 회사든 인하우스 디자인 조직이든 어떤 회사 든 간에 사업장의 지리적 위치도 중요합니다. 이는 곧 회사의 자산 수준을 나타내기도 하죠. 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많은 시니어들이 인정한 은근히 확률 높은 잣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남권, 판교권 말고는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근거로 쓴 글입니다. 쓰다 보니 절대적인 것처럼 쓰인 부분이 있다고 보이는데 절대 그런 의도로 쓴 글이 아니며, 제 경험이나 글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구우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