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현의 ‘진주 죽이기’
김경현의 <진주 죽이기>, 꽤 논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기생은 그냥 창녀인가, 예술인인가? 또한 기생은 민중인가, 아니면 귀족에 빌붙어 민중의 반대편에 섰던 특수한 계급인가?
그들이 갈고닦아 전승한 문화예술은 양반 권력의 향락과 비위를 맞추기 위한 아양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독자적인 예술성을 가진 하나의 장르로 볼 수 있을까? 그러면 서양의 클래식은? 오페라는?
특히 이 책은 의기 논개에 대한 모든 논쟁을 총망라하여 집중 조명하고 있다. 논개는 실존인물인가, 민중의 염원과 구전이 빚어낸 가상인물인가? 역사적 근거가 박약하다면 더 이상 그를 기리거나 추앙해선 안되는가? 우리의 기억에서도 지워버려야 하는가? 그러면 그리스 로마신화는? 박혁거세나 김수로, 김알지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의문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30일 진주문고에서 북토크가 열리는데, 아쉽게도 나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분이라면 참석해 보시기 바란다.
#김경현 #교방문화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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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은 그야말로 기록 대마왕(大魔王)이다. 오죽했으면 임헌영 소장(민족문제연구소)이 예전 그의 저작을 읽고 “이렇게 철저하고 완전히 모든 자료를 섭렵한 작업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탄복했을까.
이 책에서도 논개라는 한 인물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가 찾아 들이민 기록물의 숫자만으로 기가 질릴 정도다. 온갖 서책과 문서, 기사, 석각문뿐 아니라 시, 소설, 민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문학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록을 동원해 전방위적 조명과 해석을 시도한다. 덕분에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논개를 둘러싼 그간의 모든 의문과 궁금증을 풀 수 있었고, 조선시대 기생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는 또한 탁월한 이야기꾼이며 문장가였다. 흔히 역사라면 건조하고 딱딱한 사실의 나열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진주라는 지역과 그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애정과 무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진주를 수식하는 ‘천릿길’이란 표현에 대한 내 협량한 시선을 반성할 수 있었고, 진주에 세워진 변영로의 「논개」 시비 중 ‘아미(蛾眉)’를 둘러싼 강동욱-서성룡 논쟁도 흥미로웠다. 논쟁에 임하는 지식인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김주완(작가, 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