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들어온 AI - 휴먼 인 더 루프

[방송기자] 뉴스에 들어온 AI - Human in the Loop

by 김경달

2025년 10월에 쓴 글이다.

방송기자연합회의 격월간지 '방송기자'에 기고한 원고다.


프롤로그
생성형 AI의 등장은 저널리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사 기획에서부터 데이터 분석, 영상 제작까지 AI는 이미 뉴스룸에서 ‘보이지 않는 동료’처럼 스며들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은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 관건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AI가 초래할 수 있는 정보 왜곡과 편향성, 저작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 기술적 도전을 저널리즘의 본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AI 시대, 저널리즘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 수 있을까.


신뢰의 첫걸음, 원칙과 투명성
AI 기술이 저널리즘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가장 먼저 확립할 원칙은 ‘인간 중심’ 접근법이다. AI는 기자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자의 역량을 보강하는 ‘보조 도구’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콘텐츠 생산 과정에 인간의 개입과 최종 판단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러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AI가 생성한 초안을 그대로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 AI가 편집한 영상을 검증 없이 내보내는 것도 저널리즘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이러한 원칙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 ‘AI 책임자(Chief AI Officer)’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편집·기술·법무 전문가로 구성된 ‘AI 윤리 위원회’ 신설도 필요하다. 이 전담 조직은 AI 활용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평가해야 한다. 오류나 편향성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 가이드라인을 지속해서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미 한국일보와 한국기자협회, AP, BBC 등 국내외 언론사와 협회 등이 AI 활용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이들이 강조하는 사실 확인과 책임성, 투명성의 가치를 각 언론사가 내재화하는 것은 물론, 모든 구성원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자와의 투명한 소통은 신뢰의 핵심이다.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그 사실을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자에게 정보를 판단할 권리를 돌려주는 일이다. 언론사가 AI 활용에 책임을 다한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노력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자의 역할 재정의, AI가 할 수 없는 일
AI가 단순 정보 수집과 요약에서 인간보다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데이터 패턴 분석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기자의 소멸이 아닌 역할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신호다. 기자는 이제 AI가 할 수 없는 고차원적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그 핵심에는 ‘탐사·심층 보도’의 가치 재발견이 있다.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은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한 사회 현상의 이면을 분석하는 것도 저널리즘의 고유 영역이다. AI로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을 누비고 취재원을 만나며 통찰을 더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심층 보도를 위한 강력한 지원 도구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기자에게는 ‘질문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AI의 답변은 천차만별이다. 정확하고 편견 없는 답변을 유도하는 비판적 질문을 설계해야 한다. AI가 내놓은 정보를 맹신하지 않고 검증하는 능력도 필수다. 그 안에 숨은 편향을 간파하는 눈도 필요하다. 취재 과정의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직무도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저널리스트Data Journalist’가 필요하다. AI 모델을 저널리즘에 맞게 훈련하는 전문가도 등장하고 있다. ‘AI 윤리 전문가’ 등 기술과 저널리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재들 또한 핵심 인력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협력
AI와 저널리즘의 바람직한 공존에는 공동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 개별 언론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모든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이 시급하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기본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 AI가 초래할 윤리적 문제에 대한 감수성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뉴스룸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둘째, 기술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를 판별하는 사실 확인(Fact-Check) 도구를 고도화해야 한다. 뉴스 추천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탐지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언론계가 공동으로 투자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언론계 공동의 대응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AI를 악용한 허위 정보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사실 확인 결과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도 시급한 과제다. 개별 언론사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언론계가 한목소리로 정당한 보상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기술 기업, 이용자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에필로그
AI라는 거대한 기술적 파도는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실 확인과 공정성, 책임감, 비판적 시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인간 기자’의 역할은 AI로 대체될 수 없다. 진실의 무게를 지키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미래의 저널리즘은 AI를 배척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명한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다만,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을 중심에 둬야 한다. AI와 협력할 때 우리는 더 깊이 있고 신뢰받는 저널리즘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지금 그 길은, 도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AI 시대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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