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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chi Jul 21. 2024

MBC 시청자위원회 활동 간단 소회

더욱 신뢰받고 소통하는 공영 미디어를 기대하며...

최근 2년간 MBC의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금요일 마지막 회의를 마쳤고, 주말 낮 감사패를 책장에 얹으며 그간의 시간을 되새김질해보게 되었다. 간단 메모다.


1.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 회의에서 소회를 밝힐 때 "지금 같은 시절에 MBC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세세한 설명을 달지는 않았는데, 왜냐하면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근래 '미디어 판'이 심상치 않다. 방통위원장이 두차례 '탄핵 직전 사퇴'의 모양새로 바뀌고 2024년 7월 현재 세 번째 인물이 등장한 상황이다. KBS, MBC, EBS의 지배구조가 바뀌이사진 공모절차가 시작됐다. 그간 공영방송 KBS의 지배구조가 바뀌었고, 서울시의 지역공영미디어 TBS는 예산지원 중단으로 폐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며 공적 소유구조의 보도전문채널 YTN은 민영화됐다. 그 사이에 MBC의 방문진 이사회 교체 움직임도 시도됐었다. 다행히 법원에 의해 무리한 교체시도는 멈춘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일 중의 하나다. 

MBC 신뢰도 1위 보고서 관련 미디어오늘의 사설(2024.06.25)

2022년 8월, 활동을 시작할 무렵에 비교하면 미디어 환경은 계속 척박해졌다. 그렇지만 MBC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매년 세계 언론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23년과 2024년 계속 국내 주요매체 가운데 신뢰도 1위를 기록중이다. 이 보고서에 후원자로 참여하며 매년 한글판 보고서를 발간해 온 언론재단이 이전엔 계속 밝혀온 언론사 영향력/신뢰도 평가결과를 2023년에는 갑자기 넣지 않고 누락시켰다. 그리고 2024년에는 아예 요약자료 자체를 내지 않으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전에는 신뢰도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이었던 KBS가 5위로 내려앉고 MBC가 최근 2년 연이어 1위를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2. 아쉬웠던 점들...! - 처음과 끝이 일관됐던 지적질. 

2년전 첫 모니터링 보고서는 '재난보도, 시청자들의 정보수요 폭증에 걸맞게 (서비스 마인드로) 대응력 높여보면 어떨까'였다. 당시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모니터링 한 날들 가운데 하루 기준으로 MBC는 5회의 뉴스특보를 포함해 11차례 재난 속보를 전했다.(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가 특보 7회포함 총 13회 보도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아울러,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채널이 3개나 되는 등 뉴미디어 활용도 종전보다는 대폭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CCTV 화면을 연결한 것이나 방송상의 뉴스특보를 다시 스트리밍 하는 형태이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선 '불친절하고 분산적인' 서비스에 그치지 않느냐는 비판적 지적이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들의 정보 수요는 폭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전체적인 현황 못지 않게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나와 가족, 지인들의 연고지 등)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력은 태부족인 게 현실이다. TV와 라디오에 맞춰 고도화된 방송국의 인적 물적 재원 투자와 운영 상황 때문에 이용자 수요를 채워줄 서비스 관점에서는 빈 부분이 많은 것이다.


2년이 지나 작성한 마지막 리포트를 보니, 공교롭게도 비슷한 지적이 들어 있다. '편성/제작 모두 좀 더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성이 높은 방향으로 고민해 봤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난보도에서 서비스적 뒷받침을 강구하면서 상호작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에 있어서도 소통을 키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새로 방송중인 '질문들' 프로그램의 주요한 '질문'을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모으고 선별해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생각을 해본다. 나아가, AI시대에는 말 그대로 정보 홍수 속에서 '집사'와 같은 'Agent'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텐데, '만나면 좋은 친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MBC야 말로 신뢰할만한 정보와 건강한 재미를 주는 좋은 친구이자 Agent가 되어야 할 것이라 취지로 의견을 썼다.

 

3. 디지털 전환 &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

매달 한번씩 24회에 걸쳐 의견서를 작성하다보니, 어느새 방송을 모니터링 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기적으로 분과를 바꾸다보니 뉴스가 아닌 드라마와 예능을 챙겨볼 때는 시간 소요가 상당하기도 했다. 어느새 장수프로그램이 된 '나혼자 산다'에 대해선 '너무 먹방으로 가는 것 아니냐' 혹은 '일부 연예인의 고급 식당 장면 등은 시청자 눈높이에 비춰 불편하지 않겠는가' 등의 원론적 지적도 했었다. 하지만 '무한도전' 이후에 끝없이 분투중인 '놀면 뭐하니' 제작진의 속내와 고민을 접할 때도 그렇지만 현장의 고충도 새삼 알게 됐다.


다른 시청자위원 분들이 워낙 꼼꼼하게 살피고 의미있는 지적들을 해주시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중복을 피해 '디지털 전환' 관련해서 시청자 입장을 대변하고 보탬이 되고자 애썼다. 사실 MBC는 상대적으로 뉴미디어 대응이 늦은 편이었는데, 요즘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유튜브 운영성과 측면에서 지속 성장중이다. 특히 '뉴스Zip'이나 '자막뉴스'처럼 해당 플랫폼에 잘 어울리는 포맷을 개발하는 등 지혜로운 노력이 돋보인다. 주간조회수 기준으로 한때 블랙핑크 채널을 넘어서기도 했고, 근래 언론사 유튜브 채널 가운데 구독자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는 소식 등을 접하며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연장방송'을 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도 있고, 몇달 전 '라디오스타'가 '마이너리그'와 '뒤풀이스타' 유튜브에 특화된 포맷을 시도한 것도 신선했었다. 이런 시도들이 말로는 쉽지만, TV 중심의 방송에 최적화된 조직 문화 속에서 제대로 운영성과를 내기가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다른 언론사 간부와 대화하면서 MBC 뉴스의 유튜브 성과에 대해 얘기가 나온 적 있다. 그때 그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MBC는 조직 문화에 있어 자유로운 측면이 있잖아요. 쥬니어도 자기 할 말 다 하는. 그런 게 있어서 가능했을 거라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MBC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퀴즈아카데미'에서 녹화 현장 진행보조 겸 모니터링 요원인 FD를 했고 '우정의 무대'는 막내작가로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등 2년 반 가까이 여의도 MBC를 드나든 이력이 있다. 당시에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그런 쾌활한 분위기를 엿보고 함께 하며, 참 부러웠다. 'PD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지난 후에 다시 2년동안 MBC를 찾고 특유의 유쾌한 공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다. 불가피하게 쓴소리를 자주 하는 자리였지만, 모두가 그 메시지를 헤아리고 성실하게 응답해주셔서 고마웠다. 전임 박성제사장과 현 안형준 사장은 바쁜 중에도 꼬박꼬박 회의에 참석하여 위원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경청하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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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암동 MBC에는...

집중호우 못지 않은 걱정스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KBS와 마찬가지로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11일 상암동 MBC 광장에선 'MBC 힘내라'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마지막 회의 뒷풀이 때 다 같이 잔을 들고 외쳤던 한마디도 "MBC, 힘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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