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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Jun 10. 2020

백패킹은 언제 하지?

그때 랜턴 빌려주시고, 과일 주신 캠퍼님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백패킹을 가기 위해 가방을 샀고, 한 달에 걸쳐 침낭을 샀고, 또 한 달에 걸쳐 매트를 구입했다.

아! 티타늄으로 된 숟가락, 젓가락도 삿구나!

간단하게 흉내만 낼 수 있을 정도로 가자며, 매번 밥 먹을 때마다 얘기했다. 이 친구는 집이 제주도라 제주도에 배를 타고 백패킹을 가자고 설득도 마친 상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친한 친구 세명중에 한 명은 백패킹은 하기 싫으면서 같이는 놀고 싶어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 친구를 위한 침낭 매트 등등을 챙겨서 결국 캠핑을 가고 있다.


지난번에는 간다고 했다가 2일 전에 못 간다고 해서 짜증을 내고 있는데, 다시 출발 전날 같이 가자고 변덕을 부려서 어쩔 수 없이 또 캠핑을 갔다

다들 알겠지만 요즘 캠핑장 예약하기가 너무 어렵다.

좀 소문난 곳은 알아볼 필요도 없다. 불과 2~3년 만에 캠핑을 하는 분이 정말 많아졌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렇게 친구의 변덕을 마무리하고 탑정호애 있는 밸리피싱이라는 캠핑장을(나름 오지 분위기 10프로) 예약하고, 족발 제일 큰 거, 제주산 뿔소라, 제주산 콩잎, 술 등등을 사서 얼른 텐트를 치고 의자를 깔고 노가리를 까고 있었는데

왼쪽에 계신 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캠퍼들 말로 정말 풀풀 세팅을 하시고 끊임없이 이리저리 고치고 넣고 빼고 정리하고 와!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시고 계셨다.


텐트도 이쁘고, 타프도 면이고. 파일 드라이버가 우드다.가족분이 감성 충만이신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눈만 흘깃흘깃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가족분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혼자인 걸로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와!! 찐 힐링이다. 아니다. 오버다. 등등


화장실을 다녀왔다

못 보던 랜턴이 삼발이와 함께 떡!

옆집 그분이 오셔서 너무 어두워 보이셔서 설치해드렸다고 아침까지 쓰시라고 너무 편안한 인상으로...


순간 잠깐동안의 우리 노가리들이 부끄러워졌다.


급 맛없는 뿔소라를 몇 마리 일회용 그릇에 담아 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예쁜 하트 모양의 나무 접시에 참외 세 개, 체리 10알 정도가 담겨 돌아왔다.

진심 눈물 날뻔했다.


그다음부터 우리는 이런 얘기를 했다.

나이가 들고 자신만의 취미생활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캠핑도 좋은 취미인 것 같다며, 쑥떡쑥떡!

대단하시다!


우라에겐 소주 한잔 하자며 말씀드릴 수 있는 염치와 먹을 게 없어 마음으로만 감사함을 전했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거나, 친절을 베풀기 힘들다. 그러나 캠핑을 하면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좀 오버해서 얘기하면, 자연이 주는 분위기에서 모두들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들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자연에 취한다. 분명히.



좋은 기분에 잠들었다.


그 친구놈 때문에 4인용 텐트가 좁다!

그리고 그놈은 아침에 가족 보러 간다며 침낭도 안 개고 매트도 안 접고 도망갔다. 재수 없어!


제주도 친구와 아침부터 다음 백패킹을 얘기하면서 마무리.

참! 제주도 콩잎은 새로운 건강한 맛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콩잎과 뿔소라를 보내주신 어머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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