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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Jul 11. 2020

터미널에는 우동향기가 나야 한다

캠핑은 모닥불 향기가...

기억하고 싶은 냄새가 있다.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억들이 떠오른다.
가 맞겠다.

우리 둘째는 불타는 냄새가 나면 캠핑 냄새가 난다고 한다.

요즘은 거의 사라진 연탄 고깃집에 가면 아주 어렸을 적 집에서 부모님이 연탄 갈 때 그 시큼한 냄새가 기억난다
그리고 그 옛날 난 커서 저 연탄을 갈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꽤 갖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다 탄 연탄을 아파트 중앙 쪽 구멍으로 던져버리면 끝나던 시절이니 뭐
아무도 그 추억을 공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불장난에 대한 추억은 하나 이상씩 있을 텐데, 난 쥐불놀이하다 줄을 놓지 못해 얼굴 한쪽을 태운 경험이 있다. 그 이상한 냄새..

생각해보면 그런 걸 왜 했는지... 지금은 그런 놀이를 하면 방화범으로 잡혀갈게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그런 냄새들이 어떤 기억과 같이 버무려져서 추억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고속터미널에 아주 오랜만에 버스를 타러 갔다가, 많이 변한 모습에 정말 놀랐다. 너무 깨끗해져 버렸다.

햄버거집 등 수많은 메이커 있는 음식들이 칸칸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옛날의 신문 가판대 잡상인, 김밥 파는 아주머니 등은 사라지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다,
햄버거 하나 먹으려고 지나가던 중 찐한 우동냄새가 났다.
아 이건 내가 생각했던 그 옛날 터미널의 고유한 냄새다.
(집에서 먹으면 이런 느낌 1도 없다)

잠깐이지만 반가웠다.

냄새라는 단어보다 향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얘기하는 게 지금은 더 어울리겠다.

언젠가 김한길 최명길 러브스토리에서 김한길의 편지에 당신에게는 향기가 납니다라는 문장에 최명길이 마음이 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향기라는 단어는 분명 기분 좋게 하는 게 맞다.

그렇게 난 오랜만에 좋아하는 선배를 만나러 양양으로 향했다
이게 뭔가 버스시간 때문에 좀 비싼 프리미엄을 탔는데 신혼여행 때 탔던 비행기 비즈니스보다 좋은 것이다

그동안 대중교통이 얼마나 변화된 건지?
우등과 일반을 고민하던 나에게 이젠 프리미엄이 추가되었다

온전히 버스 안에서는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리미엄 한 공간이다

터미널에서부터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여유가 있어 보였고 좋아 보였다.

같이 양꼬치를 먹고, 물만두를 먹고, 온면을 먹고, 마파두부를 먹었다

맛있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들..

약간 과장해서 터미널 우동 향기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날이다

역시 터미널에서는 우동 향기가 나야 한다.

다음 주말에 둘째를 데리고 합법적인
불장난 하러 떠나야겠다
캠핑은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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