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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Jan 24. 2021

현대인은 사냥 대신 쇼핑을 한다.

약 2박3일 동안 내 행동에 대한 생각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때의 주제는 캠핑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캠핑이 쉽지 않아, 캠핑을 얘기 할 수 없어서,

다른 성격의 글을 쓸때는 죄책감이 살짝 왔다 지나간다.


요즘은 마스크를 잠깐 집에 놔두고 어딜 다녀오지 못한다.

습관이 되어 버렸다. 이게 어떻게 습관이 된건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쉽다.

다른 습관을 몸에 구겨넣고 싶은게 한둘이 아닌데...


어제 경이로운 소문을 둘째 아들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끄는데... 아들이 옆에서 아! 이거 너무 끄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통한다. 그래서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사줬나 보다.


인근에 새로생긴 농협 식자재 매장, 하나로 마트를 다녀왔다.

하나로 마트에서 23만원어치의 식자재를 사고, 우리는 다시 궁굼한 마음에 식자재 마트를 들어가서

이것 저것 좋다며 골랐다. 코스트코에 없는 것도 많다며,

업소용 들기름, 치킨스톡까지...

그러나, 우린 사업자가 아니여서 모든것을 내려 놓고 나왔다. 어떻게 사업자가 되는거지? 라는 궁굼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물건을 원위치에 제대로 돌려놔야 속이 편한 가족도, 소소한 복수라고 생각한건지 대충 계산대 밑 바구니에 던져 놓고 나왔다.


오랫만에 본 첫째가 키가 나보다 커버렸다.

180이 훨씬 넘겠는데 라고 했더니, 가족이 웃었다. 당신 키보다 조금 크면 180 넘는거냐며?

난 키가 분명히 177인데... 내 생각인가보다.

근데 왜 아이들은 부모보다 큰 걸까? 둘째는 코로나 키즈라 그런지 옆으로만 크고 있다.

둘째는 매 끼니마다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한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오렛만에 창문을 열고 달렸다.

둘째가 아! 불타는 냄새! 캠핑가고 싶다. 어렸을때 기억은 눈, 코, 귀로 다양하게 각인되나보다.

저런 소리를 자주 하는거보니...

근데 캠핑가서 핸드폰만 보면서 언제 냄새를 맡는거지?


언더워터라는 영화를 잠깐 봤다. 여러본 본것이기에..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었는데...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은..상어는 수면위로 지느러미를 내놓고 다가올때보다 물속에 살짝 잠긴상태로 천천히 움직이는게 훨씬 무서웠다.

공중촬영 기술 때문인가? 드론? 과학기술의 발전은 나를 피곤하게 한다.


올해 처음 냉이를 삿다. 가족이 냉이가 들어간 된장국이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육수를 내고, 끓여낸 된장국은 나름 고추장 반숫갈, 1달은 지난 무른 감자, 청양초로 만들었다는 고추가루, 송이버섯 맛이 난다는 표고버섯(이런 버섯은 왜 만드는지?) 을 넣고 정성이 있는 된장찌개다.

그런데 가족의 앞접시에는 냉이가 버려지고 있었다.

자기는 냉이 향만 좋단다. 첫째가 그랬다. 엄마는 엄마가 안먹는 음식 남기는건 절대 뭐라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자기도 냉이를 안먹겠다고...

짧게 눈빛들이 교환되고... 나만 맛있게 먹어 버렸다.

아! 그 본질이 뭔지 궁굼한 표고버섯은 살짝 송이향이 지나가버린 표고버섯이였다.


오랫만에 만난 가족이 운전을 하고 식자재를 사러 가는길인데..

자꾸 졸리다. 계속 졸았다. 너무 졸리다.

그 나른함이 나를 계속 졸게 만든다. 가족이 뭐했냐고? 물어본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당신이 운전하는 차를 탄게 오랫만이라고, 아침에 몰래 주워먹은 코스트코 커클랜드 와인 한잔 때문이라고 말 못하고 졸았다. 갈때도, 올때도


과도로 양파를 썰기 힘들다는 이유로 칼을 사려고 마트에서 이칼 저칼 집다가 불현듯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진열대에 걸어놓고, 돌아오는 길에

캠핑할떄 쓰는 칼을 사버렸다. 오피넬 8번

이렇게 내 머릿속에는 캠핑이 뒤죽박죽인다.

현대인들은 사냥 대신 쇼핑을 한다. 장석주님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라는 책속의 문장이 나를 위로한다.

더 이상 네이버페이로 뭘 살 수 없다.

비상금이 없다. 이젠 어떻해든 핑계를 만들어 집사람을 속여야 한다. 어렵다.

공들여 얘기한 들기름 1.5리터도 삿다. 두부를 맛있게 지져 먹어야지!

들기름에 흥건하게...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장석주) 라는 책을 2주에 걸쳐 읽고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뿐.(파블로 네루다. 우리는 질문하다 사라진다.)

문학은 삶이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 묻는 작업이다. 등 주옥같은 얘기들이 가득이다.

아까 찍은 사진을 아이들에게 각자 보내줬는데.. 둘째한테 "땡큐"라고 답장을 받았다.

왜 첫째는 읽씹이지?

맞다. 우리는 질문만하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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