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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ing Mar 19. 2024

난 혼자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한다

1인기업 컨트롤이 어러울 때

회사를 나와 1인 기업 대표로 지낸 지 벌써 3년 차다. 1인 기업이라는 것 장단점이 극명하다. 아무도 어떻게 하라 지시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아무도 말을 안 해서 자기 멋대로 한다. 1-2년 차엔 열정이 넘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을 뜨고 자기 전까지 일만 했다.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이 시간에 내가 이래도 될까' 생각뿐이었다. 


어린아이도 머리가 크듯 2시간에 할 분량을 1시간에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나머지 한 시간을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유튜브 쇼츠를 보는 데 사용한다. 어찌나 재밌는지 1시간이 금방이다. 한 시간 잘 쉰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지나가는 정보와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보고 나면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한다. 



회사를 다닐 땐 미어캣처럼 상사의 눈치와 기분을 살피고, 상사가 보고 있음을 알기에 열심히 일을 하는 척을 했다. 열심히 하는 척을 하다 보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나 혼자 <나 혼자 산다>를 찍고 있다. 나를 좋아하는 누군가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허투루 보내지 못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가상의 사람의 이미지를 정해둔다. 내가 남들에게 비치고 싶은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지만 뭐 어떤가. 프로그램에 작가와 PD가 있듯 내 프로그램에선 내가 작가가 되고 TV 속 연예인도 된다.


그렇게 행동하다 보면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잠시 쉴 때도 쇼츠를 보지 않고 커피나 차를 마신다. 그리고 자막도 생각해 둔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는 누구" 1시간 내내 쇼츠를 보는 모습은 내가 TV 속에서 비치고 싶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중간에 인터뷰도 한다. "쉴 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같은 질문이다. 고민이 있거나 생각의 정리가 안될 때는 말로 내뱉으며 정리해 본다. 물론 감정적인 실제 내가 아니라 현명한 가상의 인물로 인터뷰를 이어가다 보면 정리가 될 때도 있다.


남편에게 이런 나를 말했더니 놀란 눈치였다. 아니 왜 그렇게까지 해? 

물론 나만의 <나 혼자 산다>가 중간에 끊어질 때도, 실제의 나태함이 나와 NG가 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다시 이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1인 기업에서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방법이다. 1인 기업에서 나태함은 독이다. 언제쯤 이 긴장감을 내려두고 온전히 실제로의 나로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실제의 나의 모습보다 가상으로 만든 내가 더욱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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