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ning Apr 18. 2024

유치원 같은 반 빌런 친구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아이 유치원 같은 반에 장난꾸러기 친구가 한 명 들어왔다. "OO가 계속 내 무릎에 앉아서 불편했어.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했어" 아이가 불편함을 말하길래 처음엔 장난꾸러기 녀석인가 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강도가 지나치더랬다.


같은 반 친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선생님에게 발을 차고, 바닥에 눕거나 소리를 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듯했다. 불편한 상황은 자주 일어났고 엄마들끼리 모여 말했다 "빌런이 들어왔네"


불편했다.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의 말 한마디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저녁 식사 중 아이가 "한나랑 레고를 가지고 노는데 OO가 레고를 빼앗아갔어. 같이 놀자고 말로 안 하고 소리를 쳐서 너무 싫었어" 하더랬다. 딸 한마디에 당장이라도 찾아갈 것 같은 아빠는 "그 친구는 아주.. 왜 그런데?"부터 감정을 올리면서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아이가 말했다.


"내 생각엔! 외로운 것 같아"


그랬다. 그 친구는 외로운 거였다.

해맑게 뛰어노는 6살이 그 친구 행동의 숨어있는 면까지 보더랬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친구의 외로움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크고 있었다.


여전히 면학 분위기를 툭툭 끊게 하고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친구라 여전히 달갑지는 않지만 6살 유치원 반에서 빌런인 친구 한 명쯤은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두 명 아닌 게 어디야.


오늘도 아이에게 한 수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내가 왜 그러는지 물어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