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아도 카톡 선물함이 비어있어도 꽤 괜찮은 하루
언제부턴가 생일이 달갑지 않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두 가지 이유정도일 것 같다.
첫째 생일엔 다른 날보다 특별해야 할 것 같아서
둘째 카톡 선물함의 수량이 나의 인기를 말하는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생일이니 적어도 이 정도 화려하고 멋진 사진들이 올라가야 할 것 같고, 카톡 선물함들이 차야할 것 같은 날. 이렇게 쓰고 보니 타인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젠 그럴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말이다.
생일 당일 적어도 몇 명은 생일 축하 카톡을 보낼 법도 한데 단 두 명한테 왔다. 그리고 늦은 오후쯤 카톡에 생일 알림을 왜 안 해놨냐는 것이다. 아 맞다! 내가 생일 알림을 꺼놨었다! 생일 알림을 껐을 때는 '이런 걸로 생일인걸 알리는 거 별로야'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무슨 상관인가. 난 다시 알림을 켰다. 그 후 몇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저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간접적으로 생일임을 알렸다. 그 후 몇몇의 생일 축하를 더 받았다.
카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로 생일임을 알린다. 생일도 어필해야 축하받는다. 뭐 그닥 멋스럽진 않지만 나쁘지 않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두 사람. 내가 알리기도 전에 축하의 메시지를 준 2명의 친구가 새삼 고마웠다. 한 명은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한 명은 까먹을까 달력에 써놓았다고.
이번 생일, 카톡 선물함은 많이 비었지만 더 값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생일 알림을 (잠시) 꺼보길 바란다. 물론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 이 정도면 괜찮다.
6시까지 일을 했고, 저녁엔 아이와 남편과 멋진 곳에서 식사를 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카톡 선물함이 비어있어도 꽤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