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야근이다.
지난주 부터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 같다.
갚자기 몰아닥친 일 폭풍에, 일 폭풍을 맞고 있는 직장 상사의 눈치에 나는 말라갔다.
체력과 정신은 이미 나갔고, 식욕과 의욕은 무욕의 경지에서 소멸했다.
나는 너에게 100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어쩌면, 80만큼일지도, 70만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 사람들의 눈치에 쉴세 없이 떨어지는 일폭탄에 말초신경 하나하나에 짜증이 솓아난 나는
자정이 넘어 야근택시에 몸을 싣고, 상냥하게 전화 받아주는 너에게
그 화풀이를 했다.
90만큼 받아준 너는
내가 왜 10만큼 더 안받아주냐고 투정부리니
그제야 화를 냈다.
무조건적인 내편이길 원한다는 철없는 20대 같은 소리에
너는 "무조건 다 못받아줘"라고 잘라 말했다.
피곤해서, 싸우기도 지쳐서
서로 힘든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종종 터지곤 한다.
몇 달 사이, 몇 번의 반복
며칠을 냉전으로 보내다. 내가 먼저 오늘 보자고 말하였는데,
오늘은 그래도 사람답게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못 가고 있다.
분명, 너도 무리해서 일찍 나왔을 터인데,
너는 회사앞 PC방에 있다.
벌써 막차시간이 다가온다.
너도 나도 볼생각에 저녁도 안먹었는데.
오늘 우리는 싸울까.
아니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