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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an 08. 2022

와인 가격은 왜 오르는가?

와인을 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와인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20대~30대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추세, 그리고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이러한 추세는 이미 5~6년 전부터 스몰 럭셔리(small luxuary)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점심은 6천 원짜리 라면 백반을 먹더라도 오후 티 타임은 1만 원 커피에 2~3만 원 티 타임 세트를 즐기는 것과 같은 추세다.


인간의 본성은 고급 지향이다. 하나를 경험하면 조금은 더 나은 것을 원한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상태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의 중지, 집에서 즐기는 시간의 증가 등으로 인해 단위 시간의 제한된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강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국내 와인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 보고서를 10년째 쓰고 있는 내 관점에서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들은 와인 가격 동향이다. 지금까지 일반적 공식은 주문량이 많으면 단가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다 이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공식도 무색할 정도로 와인 수입금액, 수입 물가는 상당히 빠르게 인상되고 있다. 다른 분야(예를 들어 미국산 감자 수급이 어려워 감자칩이나 패스트푸드점 감자가 실종된다거나 하는)의 이야기는 따로 두고 와인 부문만 분리하여 이야기해 본다.


1. 자연환경의 변화

2021년부터 시작된 감자 실종사건은 미국의 기후와 연계된다. 즉 자연환경은 농산물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와인은 더 심하다. 뿌리작물인 감자가 아니라 과실류인 포도는 꽃이 피어야 포도 알맹이가 열린다. 2021년 봄의 유럽 냉해는 꽃이 피기 전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포도원들은 줄어든 생산량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 와인의 가격을 올리는 등 여러 가지 조처해야만 한다. 만약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2021년은 유럽 전역에 영향을 주었다. 2021년이 그러했더라도 2022년은 아닐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기상이변은 더 늘어날 뿐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2. 급등한 운송비와 물류대란 + 인플레

생산 현지에서 와인을 항구로 운송하고 다시 배에 실려 한국으로 오는 비용이 매우 증가했다. 미국도 2021년 가을 이후 트럭 운전자들을 구하지 못해 화물을 하역하지 못하고 항구에서 배들이 대기하는 경우를 뉴스로 본 적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선적도 문제가 생겨서 포도원에서 출고된 와인들이 항구까지 가고, 다시 배에 선적될 때까지 시간이 기약 없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의 모든 비용을 수입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생산지 출고가가 오르는 데다가 운송비도 몇 배씩 오른 상태에서 이는 수입 원가에 반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양적완화 역시 엄청난 물가 폭등을 일으켰다. 2022년 1월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인플레며 이를 잡기 위해서 금리인상 등의 조처가 예정되어 있다. 인플레는 수입물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3. 고급 지향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변화

유통 비용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데일리 와인 보다는 4~5만원 이상의 와인에서 더 많이 드러난다. 수입 물량이 적기 때문에 병당 나뉘어야 하는 운송 비용 역시 더 든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고급 와인을 찾는 경향이 분명하게 증가하고 있다. 즉 표면적으로 느끼는 와인 가격은 더 높아진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숨은 와인 찾기

잘 찾아보면 수입된 지 제법 된 와인들이 아직도 시장에 많이 있다. 유명세를 치른 와인 이외에 가성비가 좋은 와인들이 꽤 많다. 보이지 않는 지역, 유명하지 않은 지역 와인을 찾아보자. 그런 와인들 중에서 의외의 보석이 많다. 나만이 아는, 나만의 좋은 지역을 하나씩 만들어두면 크게 비용의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높은 와인 만족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지금 살 때가 가장 쌀 때다

앞으로 와인 가격은 계속 인상된다. 주식처럼 가격이 내렸다가 오를 일은 없다. 보험과 와인은 무조건 일찍 사는 것이 좋다. 지금 산 와인 가격이 언제 어떻게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추세를 보았을 때 자연재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오른 운임이 언제 내릴지 모른다. 게다가 고급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고급 와인의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바람을 타고 고객들의 주목을 받은 와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는다. 해외 사례를 보아도 이런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지금 사는 것이 나중에 사는 것보다 낫다.


3. 중소 수입사 와인을 찾아보자

중소 수입사들은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으면서 여러 독특한 와인들을 많이 가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재고를 관리하면서 물량을 천천히 시장에 내어놓는 경향이 많다. 1번과 일맥상통하지만, 이 경우는 지역이 아니라 라벨 뒤의 수입사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수입사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멋진 와인이 있다면 그 수입사에 전화한 다음, 어떤 와인 맛있었는데, 수입사 와인이 많은 가게가 어딘지 물어보면 친절하게 소개해줄 것이다. 그 가게에 가서 그 수입사 와인을 주인이나 매니저에게 물어보자. 이것저것 소개해주면 1번의 규칙을 적용하여 나만의 지역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가지 멋진 발견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와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소비를 하는 자는 이름을 쫓지 않고 나만의 만족을 따를 것이며 그것은 돈과 무관한 것이다. 오르는 와인 가격 속에서 합리적 와인 소비자로 주머니와 만족감 모두를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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