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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25. 2021

와린이들을 위한 작은 조언

내가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은 2002년이다.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첫 시음노트를 2003년 남겼으니 그 시간도 이제 20년이 되어가고, 시음노트도 11,000개를 넘기고 있다. 시절이 많이 바뀌어서 내 시음노트 1만개는 주변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분량을 쓰는 전문가들도 있고, 과거에는 내 온라인 닉네임(웅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는 내 닉네임을 모르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은 시기가 된 것 같다. 오히려 유튜브에 더 많은 영향력자(인플루언서)들이 생기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에 대중은 좀 더 시각적인 요인을 찾기 마련이며, 늘 글을 쓰는 내 스타일은 이미 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에서 유튜브를 해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로 얻는 이익 대비 시간 투자시간이 너무 길고, 지금 인공지능으로도 충분한 수입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투자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 재능은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데 쏟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여 최근에는 시장상황 분석에 집중하고 있고 칼럼도 그 중심으로 쓰고 있다.     


서론이 좀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전히 한 사람의 와인 애호가(주변에서는 아니라고들 하지만)라 주장하는 내 관점에서 최근에 급격히 증가한 와인 애호가들에게 내 경험을 담아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자 한다. 요즘은 와인 초심자를 와린이(와인 + 어린이)라는 단어들로 쓰는 것 같아 제목은 트렌드에 맞추어서 써 보았다. 이하 높임말로 쓴다.     


1. 돈을 더 쓰게 될 것입니다. 낭비하지 마세요. 

와인을 처음 접할 때에는 와인 가격에 놀라게 됩니다. 맥주는 네 캔에 1만원인데 와인은 한 병에 15,000원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큰 맘 먹으며 구매합니다. 그러나 그 금액이 자꾸만 커지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드빚에 허덕이는 이유는 씀씀이가 나도 모르게 커지기 때문입니다. 아반떼를 사러 갔다가 그랜저로 계약하고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좋은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와인만큼 촘촘한 가격대와 선택지가 있는 상품은 드뭅니다. 덕분에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단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 과정이 계속 되면 가격에 대한 감각을 잊게 됩니다. 어느 시점에 되면 상당히 큰 돈이 지출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와인 가계부를 쓰시고, 마신 와인의 금액, 지출 금액, 지난 석달간 지출한 금액을 늘 기록하세요. 낭비하면 와인 때문에 배우자 혹은 연인과 싸우게 되거나, 심지어는 와인 가격을 속이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불행의 시작이지요. 낭비하지 말고 절제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와인을 오랫동안 즐기는 지름길입니다.   

  

2. 와인으로 접근하는 이성을 조심하세요.     

와인을 마시다 보면 혼자 마시기 힘듭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고 조심스럽게 모임 혹은 동호회에 나가게 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 많이 줄었으나 팬데믹이 끝나면 당연히 모임은 늘어날 것입니다. 와인 모임에는 순수 와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와인 이외의 것, 즉 이성교제에 더 생각을 많이 하는 이도 분명히 있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요. 아무리 친절하고 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와인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남자든 여자든 와인을 즐기러 간 자리에서는 반드시 와인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세요. 지난 20년간 무수히 많은 남녀상열지사를 들어왔고, 심지어는 성추행이나 여러 불미스런 일들을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와인을 즐길 때, 와인에만 집중하세요. 혹자는 “와인보다 사람”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어느 분야든 다 적용 가능합니다. “@보다 사람”이라는 일반 명제인 셈이죠. 굳이 와인에 특화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기억하세요, 와인은 과거부터 로맨틱 분위기를 위한 최고의 무기였다는 것을요. 그리고 “와인보다 사람”은 이 때도 적용되겠죠? 조심하세요.   

  

3. 명성은 헛된 것입니다.     

2004년 당시 이마트에는 샤토 퐁테카네 1997년이 49,000원으로 떨이 처리 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요. 와인의 가격은 생산원가와 명성으로 결정됩니다. 수요가 많고 이름이 있으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물론 명성 있는 와인이 맛도 좋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마고 지역의 샤토 지스쿠르, 생 줄리앙 지역의 라그랑주는 한 때 양조자의 문제로 품질이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급전직하였지요. 그러다가 양조자가 바뀌고 일본 산토리에 인수된 뒤 품질이 좋아졌으며 가격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외에 너무나 비싼 와인들이 많습니다. 2000년대 중반 10만원 중반으로 살 수 있었던 아르망 후소(Armand Rousse며)의 지브리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은 지금 100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와인을 처음 마시면 유명한 와인을 마셔보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와인들 때문에 큰 돈을 쓰려 하지 마세요. 가격이 그 와인의 명성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에 알려지지않은 좋은 와인을 찾아보세요. 그 와인들의 가격이 언제 오를지 모릅니다. 주식투자와 같습니다. 명성을 따를지, 내 스타일과 감각을 따를지 여러분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비어있는 와인 병은 이름만 남은 껍데기입니다.     


물론 조절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와인을 즐기기 시작했다면 이 세 가지는 늘 명심하세요. 무리하지 않고, 늘 와인 한 잔 한 잔을 기쁘게 즐기며 생활한다면 더욱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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