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소주 가격과 와인 사이의 이야기를 하는 시기가 왔다. 과거라면 와인과 소주는 완전히 소비 패턴이 달라 서로간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 상황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소주는 대표적인 서민 술로써, 단체 회식이나 친구들과 만남 등에 무조건 1병 이상은 마셔야 하는 술로 인식되고 있다. 회식 자리라면 여기에 소주와 맥주 한 병씩 하여 두 병으로 소위 “소맥”을 말아서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2023년 초부터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인해 식당에서 구매하는 소주의 가격이 6천 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6천원이라면 사람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세 명이 앉아서 소주 한 병, 그리고 맥주 한 병을 주문한 뒤 소맥을 만든다고 본다면 그 가격만 12000원을 훌쩍 넘긴다. 과거 소주와 맥주가 3천원 하던 시절에 비하면 가격이 두 배가 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술을 어떻게 소비하게 될까?
일단 최근에 방문한 한 일식당의 셰프에게도 최근 소비자들의 술 소비 패턴을 물었다. 내가 언뜻 보아도 과거에 비해서 술 종류가 줄어들고 단출해진 상태였다. 내 질문에 셰프는 고객들의 술 주문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답했다. 술을 적게 마시는 경향, 사회적으로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경향도 이미 뚜렷하다고 한다. 2차를 가는 경우는 1차에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만 제한적으로 술을 마시고 2차는 희망자만 가는 문화도 많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전처럼 무조건 앉은 이들에게 모두 술을 한 잔씩 따르고 시작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와인을 떠나서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공식 통계는 그런 와중에 소주 값이 올랐다면 식당에서 술을 주문하지 않는 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택시비의 대폭 인상이 오히려 택시 기사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어차피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싶은데, 그 술을 마시는 기본 비용의 구조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내 술을 가져가는 수고로움 만큼 식당에서는 적정한 수수료를 받고, 기본 셋업만 해준다면 오히려 문제가 줄어들 것이다. 과거에는 업소용과 가정용 구분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구분도 없기때문에 업소 주류 반입은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다.
문제는 업주들의 관점이다. 순수익을 생각할 것이냐, 주류 매출을 생각할 것이냐 하는 부분인데, 반입료는 소주나 맥주가 올려줄 수 있는 수익만큼 만들 수 없다. 아쉬운 현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술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의 이익률이나 주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주류 반입에서 얻는 수수료(반입료)가 그냥 술을 팔아서 얻는 이익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 본다. 오히려 주류 반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관리 비용(재고 입고, 주류 관리 및 신고 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업장의 관점에서는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 주류의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와인에 더 긍정적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일반 식당 갈 때 소주와 맥주 싸가는 것은 오히려 수수료가 더 나올 수 있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소비자들이 업장에 갖고 갈 때 위스키를 여러 병 갖고 가기도 애매하다. 집에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도착지는 좋은 소주 계열의 증류 희석주(전통주 일부), 그리고 와인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식당내 주류 소비의 장애 요인들(소주 가격의 상등 등)은 중장기적으로 와인 분야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칼럼을 다 쓰고 난 뒤에 자료를 찾다가 아래와 같은 기사가 검색되었다. 내가 쓴 내용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아서 참조하며, 읽는 이들의 시장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