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풋살을 한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무슨 풋살을 하냐며 핀잔을 있는 대로 주던 남편도 내 불타는 열정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운동을 하는데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입에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런데도 내 풋살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온몸 구석구석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고 유인원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도 풋살 하러 가는 날이 오면 전장에 나가는 군인처럼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집을 나선다.
처음 유니폼을 받던 날 집으로 가져와서 몇 번을 입어보고 축구 선수처럼 포즈도 잡아보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그 옛날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새로 산 가방을 메고 동네를 돌아다녔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등 번호 8번, 내 생일이 8월이라 8번으로 정했다.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설 땐 왠지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친선 경기가 있던 날, 전반전 경기가 10여 분 지났을 때
"언니, 준비하세요."
감독님이 날 투입했다. 의욕이 넘쳤던 난 우리 팀을 위해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다짐을 하며 경기장 안으로 힘차게 뛰어들어갔다.
내 주특기는 오버래핑이었다. 우리 팀 수비가 공을 중앙으로 차 주면 상대 팀 수비보다 먼저 달려가서 슛을 때리는 거였다.
"헤이! 헤이!"
드디어 기회가 오고 공이 우측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난 전력 질주로 달려가 공을 잡았고 그대로 논스톱으로 달려 막 공을 차서 골문 안으로 넣을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쳐졌다. 충격이 커서 숨을 쉬기가 힘들고 벌떡 일어설 수도 없었다. 상대선수가 내 발목을 걷어 찬 것이다. 눈을 떠 보니 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경기를 할 수 있어요?"
라는 심판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동료 선수의 부축을 받으며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장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오른쪽 옆구리에 전해지는 아픔보다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나온 게 아쉽고 속상했다. 달려가는 날 막기 위해 상대 선수는 자기 발로 내 발을 걸었고 심하게 넘어진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경기가 끝나고도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죄송해요. 제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랬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심하게 다치지 않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괜찮다는 말을 전했다. 아픈 것도 속상했지만 팀 원들의 경기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더욱 미안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내 모습에 심취하여 그 순간만큼은 축구 선수가 되어 달렸다. 의욕이 너무 앞서 내 몸 상태를 살피지 못한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축구는 마음만 갖고 할 수 없다.’
안정환 감독님의 말이 계속 귓속을 맴돌았다. 과욕과 오만이 부른 참상이었다. 무리하게 달려가 공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기필코 골을 넣겠다는 욕심을 버렸다면 어땠을까,
나를 더 자세히 알았다면 어땠을까,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주제를 몰랐던 것 같다.
축구는 의욕만 가지고 할 수 없다.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열정만으론 할 수 없다. 여럿이 하는 운동이기에 혼자서 잘났다고 설쳐도 안 된다. 평소 감독님도 동료들도 잘한다고 칭찬을 해줘서 내가 정말 잘한다는 오만을 가지고 있었다.
옆구리의 통증은 꽤 오래갔다. 그래도 풋살은 계속한다. 월요일이 되면 여지없이 유니폼을 갈아입고 축구화를 챙겨 힘차게 집을 나선다. 오늘은 몇 골을 넣을까? 이제는 나를 알겠는데 욕심은 버리지 못하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