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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선 Aug 14. 2023

남한강 자전거 길 휠체어 라이딩

남한강 자전거 길 휠체어 라이딩

                                                                                                                            

                                                                                                                         글, 전윤선  

   

다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남한강 자전거 길이 으뜸이다. 휠체어 탄 여행자가 접근하기 좋은 지점은 경의 중앙선 양수역, 운길산역, 팔당역에서 진입하는 구간이 있다. 양방향 어느쪽에서 진입해도 다 좋은 코스다. 양수역에서 팔당역까지 12km 정도가 휠체어 타고 라이딩 하기 최적화된 구간이다. 양수역에서 자전거 길로 진입하면 북한강 철교를 지나 운길산역 앞 물의정원을 둘러보고, 능내역, 마재성지, 정약용 생가, 실학박물관, 다산생태공원을 둘러보고 다시 자전거 길로 나와 봉안터널을 지나 팔당역으로 빠지는 코스다.     


양수역에서 내려 북한강 철교부터 휠 라이딩을 시작했다. 북한강 철교는 옛 양수철교로 북한강을 가로질러 남양주시와 양평군을 이어주는 철교였다. 시간을 더 거꾸로 돌리면 일제 강점기인 1932년 봄에 착공해서 1939년 경경선의 북부선 일부인 동경성(현재는 청량리) 양평 구간이었다. 당시 일제는 자원 수탈과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경부선에 이어 제2의 종관철도인 중앙선 부설을 추진했다. 일제가 철도를 놓기 시작했지만 철도를 만드는 작업은 조선인 노동자의 기술과 목숨의 댓가다. 백여년 동안 철길로 사용하다 지금은 옛 경의중앙선 폐철교를 걸어서 북한강을 걸을 수 있는 사람과 자전거 길이 됐다. 북한강 철교 초입에는 자전거 길을 증명하는 조형물이 인생사진 명소가 됐다. 철교 아래로 강물에는 고깃배가 여유롭게 지나간다. 바로 옆으로는 복선화된 철교로 전철이 지나간다.           


그러고 보면 길도 부흥의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남한강 철길은 자전거 길로 제 정비된 후 연일 사람들로 붐비는 길이 됐고 사람의 왕래가 많아 상권도 형성된다. 주막도 생기고, 카페도 생기고, 식당과 숙박시설도 생겨난다. 지금 남한강 자전거 길이 부흥기 이다.        


북한강 철교를 지나 운길산역 쪽으로 빠져나면서 멋진 경치가 보인다. 첫 번째 목적지인 남양주 물의정원이다. 이곳은 피크닉 장소로 자주 찾는 공원이다. 곳곳에 시원한 나무그늘과 쉼터가 조성돼 있어 걷기만 해도 일상에 찌든 몸과 맘이 정화 되는 곳이다. 강변 산책길과 꽃양귀비길, 뱃나들이교, 포토존 까지 규모도 상당히 커서 하루 종을 놀아도 좋은 곳이다.      


물의정원을 나와 자전거 길을 따라 능내역 방향으로 다시 라이딩을 시작한다. 자전거길 대부분은 평지이어서 휠체어로 라이딩 하기에 부담 없는 코스다. 중간 중간 다양한 쉼터도 많고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저전거 길을 걷다보면 커다란 나무가 터널을 만들어준다. 나무 터널 아래서 땀도 식혀주고 피톤치드 샤워로 몸도 맘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도시락을 준비해온 사람은 벤치에서 도시락을 펼쳐놓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긴다. 도시락 준비가 번거롭다면 자전거 길 중간 중간 식당과 카페 주막집에 들러 요기해도 좋은 곳 천지다. 허기도 채울 겸 돌리마리 식당에서 아점을 먹기로 했다. 날씨가 좋아선지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돌미나리전, 잔치국수, 묵무침, 막걸리에 커피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자리를 잡고 막걸리와 돌미나리 부침개를 시켜서 목도 축이고 배도 채워 다시 길을 나선다.


자전거 길은 신호등도 자전거로 표시되 귀엽다. 이 길은 안식처에 먼저 도착한 M과 함께 오기도 했다. 그땐 자전거 길 여행이 M과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사고로 경추가 손상되면서 장애인이 된 M은 목 아래로는 감각을 잃어 휠체어를 타고 생활했다. 글도 잘 쓰고 시도 잘 짓는  시인이어서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여행을 좋아했고 시를 좋아했고 낭만을 아는 여행가 M.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했던 M은 남한강 자전거 길 여행을 끝으로 안식처로 돌아갔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무장애 여행은 보편적인인 여행이어야 한다. 물리적 방해물은 제거하고 인식의 영토는 확장해야 한다. 모순된 제도는 바꿔 여행의 권리가 장애인 등 관광약자에게도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생각 속을 빠져 나오니 벌써 능내역에 도착했다. 능내역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은 수도권 최초의 슬로시티다. 빠르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속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는 조안. 이곳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 몸 되어 한강으로 흐른다.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고 배려해 얻은 먹거리로 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슬로시티 조안은 느린 삶의 지향이 느껴진다. 능내역은 중앙선이 광역전철화가 되면서 선로가 이설돼 폐역이 됐다. 이후 리모델링 통해서 여행자들의 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능내역은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추억이 켜켜이 쌓인 능내역 대합실은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들로 가득한 전시관이다. 능내역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박제한다. 능내역 앞 국숫집 끼고 골목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마재성지가 나온다. 마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이다. 성당 정원에는 한복 입은 예수상이 특별하다. 마재성지는 다산 정약용, 정약종, 정철상 등 정약용 형제의 모범신앙을 기념하는 성지이고 조선 후기 순교자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 순례 인들의 요람이다. 마재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창립 주역들의 생활 터전이자 가족 모두가 순교한 성지이기도 하다.       


문득 이 시대 정약은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약용을 만나려면 마재 고개를 넘어야 마재 마을로 갈수 있다. 말을 타고 넘어가던 고개라 해서 마현 마을로도 불린다. 마제 고갯길을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재 마을이다. 마재 마을은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곳이자 그가 강진에서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머물던 곳이다. 다산 유적지는 정약용 생가, 정약용 묘, 다산기념관, 실학박물관과 거증기 까지 정약용의 업적들로 가득하다.      


먼저 다산 기념관으로 갔다. 다산 기념관은 정약용의 일대를 전시해 놨다. 1762년 진사였던 아버지 정재원은 사도세자의 죽음에 낙담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했다. 그해 팔월 정재원의 아들인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이 태어났다. 4살 때부터 천자문 공부를 시작한 정약용은 일곱 살에 “산” 이라는 시를 지었다. 어린 정약용의 시를  본 아버지는 정약용이 크게 될 인물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어릴때 부터 놀라운 관찰력은 예사롭지 않았고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이 보였다. 이후 왕의 남자가 된 정약용은 정조의 함께 조선을 개혁하는데 앞장섰다. 정조가 죽은 후 다산은 정치적 박해로 당대에는 펼쳐 보일 수 없었던 개혁의 꿈을 역사를 초월 하는 저술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에 담아냈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끝내고 고향인 마재 마을에 돌아와 생을 마감했다. 정약용 생가는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조선시대 가옥형태이다.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 탄 여행객도 정약용 유적지를 둘러보는데 부담 없다. 생가 위로는 정약용의 묘가 있지만 계단이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하고 실학박물관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실학박물관은 상설전시와 특별전시, 온라인 전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관 1층에는 장애인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박물관을 관람한데 편리하다. 특별전시에서는 실학 탄생의 기초가 된 세계사적 변화부터 조선사회의 변화를 소개하고, 실학자들을 통해 실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별전시는 유배지 강진에서 18년 간 주고받은 편지와 시로 정약용의 가족애를 엿볼 수 있다. 특별전시는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색다른 전시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다산생태 공원으로 갔다.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카페, 식당, 작은 상점 등이 다양하다. “옥수수 여기 맛집”는 K-팝가수 BTS 맴버 뷔가 다녀간 곳이어서 그의 팬들인 “아미”들의 순례코스라고 한다. 뷔 펜이기도 한 나도 옥수수를 안 먹어볼 수 없지. 그런데 옥수수 집이 쉬는 날이어서 패스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다산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생태공원은 아름다운 북한강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온갖 계절꽃들이 생태공원을 장악했고 조경도 꽤나 아름답다. 사방을 둘러봐도 거대한 물결과 동화되어 강물처럼 감성도 흐른다. 생태공원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고 휠체어로 산책하기 딱 좋다.       


다시 자전거 길로 나와 팔당역으로 향한다. 자전거 길을 조금 걷다보면 추억의 음식점 봉쥬르가 있다. 봉쥬르는 친구인 그녀들과 라이딩 하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쉬어가던 곳이다. 옛 건물은 오간데 없고 지금은 새롭게 건물을 짓고 있다. 주변도 대규묘 시설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봉안 터널이 나온다. 봉안 터널도 기차가 다니던 폐 터널을 새롭게 꾸며 자전거 라이딩 족들에게는 에어컨 터널로 불린다. 터널 안은 시원하고 조명도 예쁘다. 큰소리로 말하면 터널을 타고 소리가 울려 터널 밖으로 빠져 나가는 재미난 곳이다. 터널을 빠져 나오면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팔당 댐이다. 한강을 따라 원 없이 휠체어 라이딩을 할 수 있는 남한강 자전거 길. 휠 라이딩을 하다 보니 목적지인 팔당 역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양수역에서 팔당역까지 직선으로 12키로 거리지만 길 중간 중간 여기저기 들러 보다보면 12키로가 헐씬 넘어 휠체어 배터리를 체크를 해야 한다.      


휠체어 타는 장애인에게는 배터리 부심(자부심) 있다. 배터리 용량과 품질에 따라 이동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의 휠체어와 배터리 사용해도 이동거리가 달라 배터리 잔량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배터리가 널널하게 남아 있으면 걱정 없이 이동 하고 배터리 잔량이 달랑달항 하면 중간에 휠체어가 멈출까 걱정 태산이다. 휠체어가 멈추기라도 하면 일은 엄청나게 번거워진다.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배터리는 풀 충전하면 25키로 이동은 가능하기에 웬만한 거리는 걱정하지 않고 대략 거리를 계산해서 여행활동도 한다. 


자전거가 달리면 휠체어도 달리기 편하다. 요즘은 휠체어 라이딩 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의 장애 상태에 맞는 휠체어를 선택해 라이딩 하며 여가를 즐긴다. 전동휠 라이딩, 수동휠 바이크 라이딩, 휠체어 사이클까지. 휠체어 라이딩은 보장구 사양에 따라서 속도와 이동거리도 달라진다. 전동휠체어는 최대 10키로 내외 속력을 내고 휠바이크 15키로 정도 속도를 난다고 한다. 휠체어 싸클은 일반 싸이클과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수동 휠체어와 수전동 휠체어의 속도도 다르다. 휠체어에 어떤 배터리와 동력장치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속도와 이동 거리가 달라져 휠체어 라이딩도 각자가 느낌이 다르다. 게다가 휠체어 타고 여행한다고 늘 힘든 건 아니다. 오히려 동행인의 보행 속도에 맞춰줘야 할때가 많다. 동행인도 전동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면 여행의 보폭이 맞아 여행이 한결 매끄럽다. 전동 휠체어의 장점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무거운 짐을 다 실을 수 있다. 게다가 동행인의 짐까지 다 들어주는 전동휠체어 만한 이동 수단이 또 있겠나 싶다. 25키로 넘는 이동 거리는 전동휠체어로 걸으며 주변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수동 휠체어를 탈 땐 행인에게 도움을 전적으로 받아야 했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동행인이 장애인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청년들 늘고 있다고 한다. 전동휠체어 타고 출퇴근도 하고 쇼핑이나 카페, 식당 등을 다닌다고 한다. 이를 반증 하듯 전동휠체어 판매 온라인 쇼핑물에는 전년대비 60% 증가 했다고 한다. 그만큼 전동휠체어는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판매업체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전동 킥보드나 공유자전거 길거리에 널려 있는 것 처럼 전동휠체어도 길에 널려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헥 전동휠체어가 보편화 된다면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약국, 미용실 등 1층에 있는 소규모 상점들 접근성이 좋아지고. 저상버스 확대와 휠체어가 탈 수 있는 택시도 많아 질 것 같다. 전동 수쿠터를 타는 고령인이 많아진 것 처럼. 소비자가 많아지면 공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그에 따른 인식과 물리적 접근성까지 확대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고 무장애 여행지도 확대돼 더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 진다.       


자전거 길 휠 라이딩은 좋은 기를 듬뿍 저장하고 몸속에 쌓인 독소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 이다. 여행처럼 즐거운 시간은 너무 빨리 가서 충격이기도 하다. 벌써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온몸의 세포에 엔도르핀으로 채워지는 남한강 자전거길 휠체어 라이딩. 다산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종교나 자아 성찰처럼 나에게는 순례길 여행이기도 하다.           


⦁가는 길

경의 중앙선

양수역, 운길산 역 하차 후

남한강 자전거 길 다산 길 방향     


⦁접근가능한 식당

자전거 길 돌미나리 집

능내역 앞 잔치 국숫집     


⦁접근가능한 화장실

정약용 유적지 주차장

실학 박물관

정약용 기념관

양수역, 운길산역, 팔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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