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윤선 Sep 06. 2023

태종대 무장애 여행

무장애여행

부산 태종대 무장애 여행


                                                                                                                      글, 전윤선  

   

여름 휴가시즌인 열정의 시간이 지난 부산은 차분해 지고 있다. 장애인에게 휴가철은 오히려 소외돼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애인 객실이 있어도 없는 것이 천지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객실은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없이 먼저 예약하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넓은 장애인 객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즌에는 더 비싸게 객실을 판매한다. 그렇다보니 장애인은 휴가시즌에 무장애 객실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장애인 여행은 시즌을 피하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이런 전략이 필요하지 않게 제도적 정비가 더욱 절실하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부산은 ktx, srt 등 고속열차가 수시로 운행해 당일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부산역에서 내려 지하철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자갈치 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여행지 중 한곳이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자갈치 시장에는 방금 건져 올린 싱싱한 삶이 펄떡이고 있었다. 오이보, 보이소, 사이소, 정겨운 부산 사투리가 사방에서 파노라마처럼 춤춘다. 살아 꿈틀대는 싱싱한 제철 생선을 싸게 살 수 있고 식당에서는 생선 굽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생선구이를 먹으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자갈치 시장 식당 대부분은 문턱 없는 곳 천지여서 휠체어 탄 여행객도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생고를 해결하고 영도다리 쪽으로 광장을 따라 걸어갔다.      


영도다리는 주말 2시에 개도돼 다리가 올라가는 것은 볼 수 없었다.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다를 건너면 더 현장감 있고 실감 나겠지. 영도다리를 휠체어를 타고 건너니 여행자의 삶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자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와 가수 현인 선생님의 동상이 반겨준다. 이곳의 작품은 개항기 부터 최근까지 영도다리 근처에 얽혀 있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도다리 건너면 영도 경찰서 버스 정류장 앞에서 30번 저상버스를 타고 태종대로 달렸다. 부산에는 저상버스도 많아 가끔 저상버스를 이용한다. 한참을 달려 태종대 앞에서 내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 있는는 해안절경 '명승' 태종대는 휠체어 타고 섬 한 바퀴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태종대를 한바퀴 도는 다누비 열차에는 리프트가 설치 돼 있어 수동휠체어를 타거나 보행이 어려운 여행객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굳이 다누비 열차를 이용하기 보다는 천천히 걸어서 태종대 구석구석 여행하는 맛이 훨씬 좋다. 태종대 한 바퀴는 4.3㎞ 정도로 전동휠체어로 산책하기 충분하고 풍경도 오래도록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즐비하다. 먼저 오른 쪽으로 태종대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자갈 마당 광장에 숲이 우거진 오솔길 끝에 순직선원 추모비가 있다. 조국을 떠나 멀리 망망대해 파도를 헤치며 원양어로 작업 중 불의의 사고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바다의 개척자의 넋을 위로하고 기념하기 위해 1969년에 비를 세웠다. 순직선원 추모비가 있는 곳은 태종대 바다 위에 떠있는 수많은 어선들로 가득하다. 움직이는 어선도 있고 그냥 바다에 부유하는 어선도 있다. 이곳은 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연인들도 찾는다. 바다는 미동도 없이 잔잔한 물결을 유지한다. 가끔 지나가는 유람선이 파도를 일으키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평정을 찾아간다. 발길을 돌려 남항조망지로 행했다. 남항 조망지는 데크로 만들어 모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근처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해 전망대에서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조각상이다. 얼마나 힘들면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 했을까. 그런 사람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회가 품어주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남항 조망지에서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장애인 화장실도 있어 볼일보고 갈 수 있는 기착지 이다.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도 판매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잠시 넋을 놓고 바다 멍 하다 발길을 옮긴다. 태종대 절벽에는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많지만 휠체어 탄 여행객은 볼 수 없다. 아무리 멋있는 곳이라고 해도 휠체어 탄 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면 보나마나 멋지지 않을 테니까. 빼곡한 나무가 우거진 산책길을 따라 태종사로 향했다 태종사로 내려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어 휠체어 탄 여행객은 주의를 기울이어야 한다. 태종사는 수국 꽃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태종사 입구는 경사가 있어 지원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느 사찰도 그렇듯이 태종사도 대웅전에는 휠체어 탄 여행객을 들어갈 수 없다. 태종사 마당을 빙 둘러보고 종착지인 다누비 열차 출발지에 도착했다.    

  

인생에서 중요한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천천히 걷고 자세히 보면 짙어진 지난날의 시간의 흔적이 보인다.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꿈꾸고 그리워했던 일을 떠올려 본다. 꿈을 기한을 정해놓는 다면 유통기한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그쯤이면 인류는 우주 어딘가로 여행하고 장벽 없는 세상이 돼 있을 테니까.       


-가는 길

두리발 장애인 콜택시 즉시콜

지하철 1호선 자갈치 역

부산역 1번 출구 앞 저상시티투어버스 그린라인 이용

영도 경찰서 버스 정류장 앞에서 30번 저상버스     


-접근가능한 식당

자갈치 시장 다수

태종대 앞 다수     


-접근가능한 화장실

자갈치 시장 건물

태종대 다누비열차 정류장

태종대 전망대        



https://www.imedia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161




매거진의 이전글 쉴랑게 정원에서 비~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