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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선 Oct 18. 2023

그녀들과 순천 무장애 여행

<그녀들과 순천 무장애 여행>       


오랜만에 그녀들과 순천행이다

201년 3월15일(수요일)에 가고

무려 6년 만에 다시 찾은 순천이다.

2023순천국제정원박람회 종료를 앞두고

꽃구경 나선 거다

그녀들 네 명이 함께 움직이려면

참 복잡하다.

기차에 전동휠 좌석이 두 개 밖에 없어

두 명씩 나눠 타야 하고

각자 집에서 기차 시간에 맞춰 

용산역까지 오는 시간과

귀가 시간까지 다 고려해야 하는 일정

나와 H가 아침 7시 기차로 먼저 출발해

순천에 도착하고

한 시간 후 E와 C가 도착했다

저녁에 용산역 으로 갈 때도

나와 H가 먼저 출발했지만

고속열차가 무슨 완행열차처럼 

천천히 들를 때 다 들르고 가는지 속터진다.

도착은 집이 먼 E와 C가 먼저 도착해

얼굴 잠깐 보고 C와 함께 그녀들 셋은 

집에 가는 전철을 탔다.

예전처럼 다 같이 한 기차에 타고 여행하면

얼마나 좋을까나……. 

왕복 6시간 가량

신나게 같이 수다도 떨고

낄낄대며 기차여행 할 텐데 말여...

이젠 네 명이 한꺼번에 기차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 됐다.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쩌겠나.

ㅠㅠ

일본처럼 ktx도 전동휠 좌석이 6개는 돼야 한다.

그래야 소구릅 여행도 서로 기다리는 시간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짐칸과 휠체어 좌석 칸을 

프랑스에서 처음 들여온 ktx1 처럼

특실에 넓게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반칸에 전동휠 좌석 표시해놔도

입석과 짐칸화에는 별 효과 없어

전동휠 승객과 얼굴 붉히는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은 짐이 아니기 때문에 

짐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겁나 불쾌하다.

그렇게 네명이서 함께 기차를 탈 때를 회상하며

순천역에 먼저 도착한 나와 H는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2일과 7일에 열리는

순천 아랫장(오일장)이라고 해서

장부터 들러 신나게 장구경 했다.

난장이 벌어진 아랫장에는

제철을 맞은 과일과 채소가 가득하고

가격은 왜그리 착한건지

이리저리 장구경 하다 보니 

E와 C가 도착해 아랫장에서 만났다.

팥죽과 전으로 아점을 먹고

정원박람회장 까지 동천을 따라

전동휠로 냅다 달리기로 했다.

그런데 냅다가 냅다가 아니다

가는 길에 왜그리 유혹이 많은지

겁나 이쁜 풍경에

꽃들과 동천과 파란 하늘과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자꾸 발길을 붙잡는다.

순천은 온통 가을꽃 천지다

코스모스 밭이 넓게 펼쳐져 

꽃하고 노느라 목적지에는 언제 도착할지 기약 없다.

우린 함께 여행할 때는 

목적 지향적이 아니라

과정 지향적인 성향이 너무 잘 맞는다.

가는 동안 꽃과 얘기하고

가는 동안 바람도 느끼고

가는 동안 하늘도 한번 처다봐 주고

가는 동안 사진 찍고

웃고 떠드는 동안 행복한 시간이 흘러간다.

그럼에도 해떨어지기 전에

정원 박람회장에 도착했으니

목적 지향적이기도 하다.

박람회장은 가을꽃들이 흐드러지게 폈고

4월 1일 개장해서 10월 말 폐장을 앞두고 

목표 인원인 800만 관람객을 넘겼다고 한다.

그중에 우리도 속해있다.

난 올해 봄에 박람회 개장 기념해서

조직위 초청으로 1박2일 정원스테이

쉴랑게에서 하룻밤 묶는 체험하고

팔월 한여름도 관계자 초청으로

모니터링차 또 1박 2일 다녀왔다.

가을인 시월에 세 번째 방문 이지만

가는 날마다, 가는 달마다 

가는 계절마다 참 좋다.

가을은 역시 국화꽃이다

시월 국화꽃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홀딱 반해 버렸다.

남는 건 시간을 박제한

사진뿐이라고 여기서 찰칵 

저기서 찰각 찰칵 순간을 저장해 둔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사진을 보면 

역시 저장해둔 사진뿐이 없더라는 

그녀들의 공동된 생각.

정원을 둘러보고 

정원 카페에서 수다 조금 떨고

국화 옆에서 놀다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

그녀들과 여행은

왜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눈치 없는 시간은 속절없이 가버린다

네 명이서 장콜을 기다리면

기차시간을 못 맞출게 뻔해서

그냥 휠체어로 순천역까지 달리기로 했다

박람회장 동문에서 순천 역까지는

2키로 남짓…….

가는 길에 석양이 물드는 

코스모스 꽃밭이 또 발길을 붙잡는다.

아무리 시간 없다고 해도 그냥 갈 순 없지.

코스모스와 퇴근하는 햇님을 배경으로

간간히 사진도 찍어주며 길을 이어간다.

코스모스 밭을 지나니까

휠체어 접근가능한 식당 발견.

오키…….여기서 후딱 저녁은 먹고 가야지

순천은 남도 여행의 꽃이기도 하고

맛있는 여행지로도 유명하니까.

경사로도 잘 마련돼 있고

입식 테이블 식당에서

각자 취향대로 굴 국밥, 소고기 국밥,

순대 한 접시, 삭힌 홍어 시켜 먹고

다시 순천 역까지 신나게 달린다.

다행이 기차 출발 30분전에 도착해

둘씩 기차를 나눠 타고 

이런 저린 얘길 하다 보니

벌써 용산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기 30분전 장콜을 신청하고

역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E와 C이 

얼굴 잠깐 보고 H까지 

그녀들 셋은 전철타고 각자의 집으로 고고씽~

난, 장콜이 12시 넘어서 온다기에 

이늠의 장콜은 언제쯤 내가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있을지

궁시렁 궁시렁 대며 홀로 남겨진 용산역에서 서성였다.

그렇게 그녀들과 또 한폐이지에 추억을 남겼다.

여행은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돈독하게 하는데 좋은 활동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그녀들과 무장애 여행

순천여행도 핵 웃음으로 끝을 맺었다 

무장애 여행은 사회와 사람과 관계 맺기다. 

     

⇊아름다운우리나라전국무장애여행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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