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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선 Oct 30. 2024

세월이 흐른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

더인디고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시 풍남동과 교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한옥이 칠백여 채나 밀집되어 있어 조선시대로 회귀한 것 같다. 열린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보행로를 개선해 이동 시 불편함이 없고 평평한 길이 이어진다. 마을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고 장애인 주차장, 건물 입구 무단차, 경사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제약 없이 여행할 수 있다. 태조로 골목부터 둘러봤다. 카페, 식당, 소품샵, 한복대여집, 간식코너까지 다양한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한복과 개화기 의상, 교복을 빌려 입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옆엔 오목대 전통 정원이다. 오목대 전통 정원은 한국의 토종 식물과 솟대, 영지, 취병 등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이다. 소박한 자연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쉼터이자, 공연과 전통 놀이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솟대 세 마리가 하늘을 날고 담장 아래 작은 석상은 익살맞게 풀밭에 앉아 있다. 오목대 정원은 오목대 둘레길로 이어진다. 오목대에 오르면 곡선의 용마루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목대도 열린 관광지로 조성됐지만 오르는 길이 가팔라서 휠체어 탄 나로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아 전망대 카페에서 한옥마을 전경을 보기로 했다. 전망대 카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전망대 카페에서 본 한옥마을 풍경은 입이 떡 벌어져 말문을 잃게 한다. 이렇게 많은 한옥이 모여 있으니 풍경에 압도된다. 숲 안에서는 나무만 보이지만 숲 밖에서는 전체가 보인다. 한옥마을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마을의 전경으로 감동한다.


카페를 나와 황손의 집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황손의 집 승광재는 대문이 굳게 닫혀 있다. 승광재는 대원군의 증손자이자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직계손인 이석님이 사는 곳이다. 승광재는 전주 시민들의 뜻에 따라 황손인 이석님이 이곳에 거처하게 됐다. 이석님은 황실에 대한 전통과 문화 역사에 대한 강연을 승광재에서 한다. 그러니 승광재는 다양하고 특별한 문화 공간이다. 이석님을 창덕궁 낙선재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이석님은 하얀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인자한 미소로 나와 사진도 찍었다. 그때의 만남이 승광재에서 재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지만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연이 닿았으니 언젠가 또 이석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옛 고택이 그렇듯 대문 앞에는 계단 3개가 태산처럼 버티고 있어 휠체어 탄 나로서는 승광재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고 맘 넓은 내가 참아 준다, 아마도 내가 죽고 나면 몸속에 사리가 한 말은 있을 거다. 장애인도 사회적 장벽과 인식의 부재로 무던히도 절재하고 인내하는 삶을 살아간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 몸속에 사리가 한 말? 아니 한 가마는 있을 것 같다.


지친 기색 없이 오래된 시간을 탐험했다. 그 시간을 가꾸지 않았더라면 방치된 채 발길이 끊기거나 뜸했을 것 같다. 잊히지 않고 기억하는 건 시간만이 아니다. 그곳에 묻힌 추억을 꺼내 지금을 바라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된 미래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빛나고 있었다.


무장애 여행 팁  

가는 길: 전주역에서 전북 장애인 콜택시 즉시콜 이용(전화: 063-227-0002)

접근가능한 식당: 한옥마을 곳곳, 남부시장

접근가능한 화장실: 전동성당, 성당 앞 식당, 공예품 전시관 등 곳곳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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